[사설] 박광수 BIFF 이사장 무거운 책임감 갖고 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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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투명하게 운영하는 역할 떠안아
정치적 중립성·시민과의 소통도 중요

부산국제영화제는 1일 정기총회를 열고 박광수 신임 이사장을 선출했다. 소감을 발표 중인 박 신임 이사장. 탁경륜 기자 부산국제영화제는 1일 정기총회를 열고 박광수 신임 이사장을 선출했다. 소감을 발표 중인 박 신임 이사장. 탁경륜 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일 정기총회에서 박광수 영화감독을 새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비로소 BIFF가 정상화에 한 걸음 다가서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22일 BIFF 임원추천위원회는 박 감독을 추천위원 전원 합의로 이사장 단독 후보에 추대했다. 임추위는 혁신 의지나 부산에 대한 애정 등 여러 자격 요건으로 미뤄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신임 박 이사장은 영화감독으로 정상급 경력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식견을 갖춘 인물이다. BIFF는 지난해 운영위원장의 등장, 집행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이사장 사의 등으로 오랫동안 격랑에 휩싸였다. 이로써 내홍을 겪은 영화제가 수장 공백을 약 8개월 만에 메울 수 있게 됐다.

박 이사장은 부산영상위원회 초대 운영위원장으로 일하는 등 부산에서도 여러 활동을 이어왔다. 1996년부터 2년간 BIFF 부집행위원장직을 맡기도 했다. 앞서 임추위 측은 이사장의 자격 요건으로 조직 관리 역량을 갖출 것, 영화제의 미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할 것, 영화제 혁신 의지, 정치적 중립, 부산에 대한 애정을 갖출 것 등 5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임추위 측은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박 이사장을 꼽았고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전에도 그는 영화인들의 두터운 신망은 물론 영화계 안팎에서 영화제 수장감으로 여러 차례 언급될 정도였다. 영화인들이 신임 이사장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유다.

BIFF가 내홍을 겪은 터라 향후 박 이사장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박 이사장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이른 시일 내에 조직과 영화제를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당장 집행위원장,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위원장의 인선이 중요하다. 수뇌부가 어떤 진용을 갖추느냐에 따라 BIFF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쌓인 구조적 문제점도 도사리고 있다. 영화제의 민간 이양 이후 공적 감시와 견제 체계 부재가 대표적이다. 연간 150억 원가량을 집행하는 조직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책임도 떠안았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 예산이 대폭 줄면서 BIFF 지원 금액이 작년의 반토막으로 줄어든 것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영화제의 조직 운영, 인적 구조, 프로그래밍, 재정 등의 차원에서 실질적인 혁신을 구현해 내야 할 책임이 있다. 올해 초 BIFF 혁신위원회가 5개월에 걸친 활동을 마무리하면서도 이를 특별히 주문한 바 있다. 영화제가 본래의 정체성과 역할을 되찾고 궁극적으로는 시민과 관객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영화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무엇보다 영화제가 시민과 얼마나 잘 소통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시민으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성도 갖춰야 한다. 내년이면 영화제가 30주년을 맞는다. 박 이사장의 어깨가 그래서 더 무겁다. 사명감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새바람을 일으켜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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