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벽에 막힌 미국 금리 인하, 고민 깊어지는 한은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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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5연속 금리 동결
조기 금리 인하 경계감
22일 금통위, 동결 가능성↑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 우세

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 역시 뒤로 밀릴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 역시 뒤로 밀릴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갈 길이 남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 역시 뒤로 밀릴 전망이다. 두 중앙은행 모두 고물가 시기의 마지막 국면에서 너무 일찍 통화정책 완화로 돌아섰다가 물가 안정기 진입에 실패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미국은 이르면 2분기, 한국은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연준은 1월 30~3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재 수준(5.25~5.50%)으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에 이어 네 번째 연속 동결로, 이에 따라 한국(3.50%)과의 금리 격차는 2.00%포인트(P)를 유지하게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플레이션 진전에 고무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이 더 남았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2%)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연속되는 증거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미 연준의 3월 정책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을 부정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 파월 의장은 “FOMC가 3월 회의 때 (금리를 인하할 만큼) 확신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연내 금리를 낮추겠다는 뜻도 분명히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지난 6개월간(작년 하반기)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충분히 낮다”며 “올해 어느 시점에서 긴축 정책을 완화하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준의 네 차례 연속 금리 동결과 파월 의장의 발언 등으로 볼때 한은도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9연속 기준금리를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금통위원들도 대부분 연준과 마찬가지로 “물가가 2%에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11일 동결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연준의 물가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 결정, 유가 안정 여부, 소비가 경기 예측대로 갈지, 무엇보다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갈지 봐야 한다”며 “적어도 6개월 이상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를 지켜보고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셈인데 섣불리 기준금리를 낮췄다가 물가가 다시 뛸 수 있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물가 안정기로의 진입에 실패한 사례를 보면, 고물가 시기의 라스트 마일(목표 물가 달성까지의 최종 구간의 길이)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한 경우가 다수”라며 미국(1973년), 프랑스(1974년), 그리스(1973년), 덴마크(1973년)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하반기로 내다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안재균 연구위원은 “소비가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할 가능성이 큰 데다 이때쯤 서비스 중심으로 물가 상승률 하락도 뚜렷해지면서 한은의 정책 대응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움증권 안예하 선임연구원도 “내수 부진과 부동산 PF 등에 따른 유동성 우려를 고려해 미국 연준의 6월 인하를 전제로 한은의 7월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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