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65일 중 단 하루 헌혈이 36.5도 온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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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균 부산혈액원장

‘헌혈로 한파를 이겨냅시다!’

최근 뉴스나 신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전국적인 혈액 보유량 감소에 따라 언론 매체는 겨울철 혈액 부족 상황을 앞다투어 다루고, 대한적십자사에서는 헌혈자를 대상으로 연일 헌혈 동참 호소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작년부터 헌혈자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겨울철마다 반복되는 혈액 부족난을 이겨내기에는 어렵다. 지난 1월 기준 부산지역의 하루 평균 혈액 재고량은 의료기관 적정 공급량인 5.0일분을 밑돌고 있어 병원의 정상적인 진료활동이 늦어지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동짓날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라는 옛말이 무색하게 최근 ‘겨울바람 때문에’ 헌혈은 그야말로 ‘꽁꽁꽁’ 얼어붙었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은 겨울방학, 독감 유행 등으로 인해 1년 중 헌혈이 가장 감소하는 시기다. 게다가 지난 3년간 팬데믹을 겪으며 단체 헌혈이 크게 줄었고, 단체 헌혈 참여 후 헌혈센터를 재방문하는 발걸음 또한 줄어들었다. 2023년 부산의 헌혈 건수가 전년 대비 1524건(0.7%) 증가하였음에도 전체 헌혈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헌혈센터 헌혈은 오히려 전년 대비 4869건(3.9%) 감소해, 헌혈센터를 찾는 헌혈자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단체 헌혈의 감소는 신규 헌혈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등학생 헌혈 감소로 이어졌다. 대부분 학교로 온 헌혈 버스에서 첫 헌혈을 하는 고등학생들은 헌혈을 접할 기회가 없었고, 대입 봉사 점수에 개인 헌혈이 제외되면서 자연스레 헌혈과 멀어진 것이다. 실제 부산의 헌혈자 중·고등학생의 비율은 코로나 이전 약 20%에서 지난해 약 11%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헌혈 ‘코어층’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고등학생이 줄어든 것은 향후 헌혈할 수 있는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지속해서 헌혈률이 떨어질 수 있어서 더 심각한 것이다.

이러한 헌혈자 감소에 따라 혈액원에서는 혈액 재고량 조절을 위해 의료기관 청구량 대비 혈액 공급량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혈액 부족 상황이 심화된다면, 병원에서는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수술이 지연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헌혈 감소에 따르는 문제는 비단 남의 일이 아니다. 수혈이 필요한 환자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발생할지 모르는 데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어 건강한 사람의 헌혈을 통해서만 안전한 혈액을 환자에게 수혈할 수 있다. 2024년 부산에서 첫 번째로 500회 헌혈을 달성한 이영호 씨는 오랜 기간 헌혈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수혈이 필요한 환자와 내 이웃을 위한 값진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단 한 번의 실천이 내 이웃과 내가 사는 지역을 더 따뜻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든든한 초석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두에서 ‘헌혈자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라고 언급했지만, 2024년 헌혈이 예년보다 잘 되리라 전망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희망적인 예측은 헌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넘어 참여와 실천이 있을 때만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부산시민에게 당부하고 싶다. 올해는 학교나 회사의 단체헌혈 버스에서, 부산 시내 14개 헌혈센터에서 한 번이라도 헌혈에 참여해 보시기를. 330만 명 중 한 명의 실천이, 365일 중 하루의 참여가 가져올 변화의 시작을 이끌어 주시기를 말이다. 365일 중 작은 점 하나가 36.5도의 온기가 되어 나와 내 이웃 모두를 감싸는 따뜻한 2024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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