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PBR주의 역습, '테마주'로 급부상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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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언급에 연초 증시 화두 떠올라
저PBR 은행·증권·보험주 랠리 행진
밸류업 프로그램, PBR 공시 계획
현금 흐름 저하 우려… "맹신 금물"

연초부터 내리막을 걷던 코스피는 지난달 17일을 기점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코스피 종가. 연합뉴스 연초부터 내리막을 걷던 코스피는 지난달 17일을 기점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코스피 종가. 연합뉴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의 몸값을 높이는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다음 달 중 진행하겠다”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PBR이 언급되며 연초 증시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PBR이 낮은 기업을 집중 관리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투자자들은 ‘저PBR주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1월 증시 하락 속 저PBR 주식이 연초 증시를 이끄는 ‘테마주’가 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저PBR주 찾아라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청산가치라고도 한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말은 회사가 보유자산을 전부 매각하고 사업을 청산할 때보다도 더 낮게 현재 주가가 형성된 상태라는 의미다. 금융과 보험, 지주사 등이 대표적인 저PBR 업종으로 꼽힌다.

지난달 17일 토론회 이후 저PBR 주식은 특히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에서 보험(0.45), 은행(0.45), 증권(0.47), 건설(0.59), 자동차(0.71) 등은 PBR이 1배 미만으로 대표적인 저PBR 종목군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보험지수는 2일 종가 기준 1900.29포인트(P)로 지난달 24일 1538.61P와 비교해 23.5% 급등했다. KRX 증권지수는 719.82P로 지난달 24일 616.86P 대비 16.69% 올랐다. KRX 은행지수도 791.76P로 지난달 24일 679.98P 대비 16.43%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PBR 1배 미만인 종목은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 1104곳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 전체 종목의 절반이 넘는 57.68%에 해당한다. 코스피 PBR은 0.9배인데, 이는 미국 상장주 평균(4.6배)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다. 일본 니케이255지수(1.4배)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대기업 지주사들과 금융사들은 잇따라 자사주 소각 및 배당 확대 계획을 내놓으며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겠다고 밝히며 지난 1일 주가가 8.79% 뛰었고 자사주 1조 원어치를 소각하겠다고 밝힌 삼성물산도 이날 7.75% 올랐다.

■PBR 올려 증시 밸류업

금융당국이 이달 중 발표 예정인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은 상장사 업종별 PBR 비교 공시가 핵심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PBR 1배 미만 기업을 투자자들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한다는 것이다.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보다 적은 PBR 1배 미만 기업이 스스로 주가 부양책을 내놓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기업가치를 개선한 우수 상장사도 인증 방식으로 선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가총액 상위 코스피200 지수를 공표하듯이 주주 친화주를 100곳 이상을 꾸준히 인증하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이 같은 인증을 받으면 각종 인센티브도 부여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가 공시 우수 법인을 선정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BR 맹신은 금물

정부의 이 같은 ‘PBR 드라이브’를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PBR 맹신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한국 증시의 추가적 상승을 이끌 중요한 촉매제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 압박에 밀려 기업들이 PBR 중심으로 기업을 운영하게 될 경우 현금 흐름이 나빠져 투자 여력 저하 우려도 있다. PBR을 단기간에 높이려면 자산을 매각하거나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현금 흐름이 나빠지고 투자 여력도 줄어든다.

앞으로는 저PBR주 사이에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인과 기관의 움직임은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효과”라면서도 “이달 자사주 매입 등 실질적인 행동을 보이는 곳과 그럴 여력이 없는 곳들의 주가가 엇갈리는 변곡점이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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