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여학생 기숙사 식당 폐쇄에 학생들 ‘발 동동’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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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L 업체·식당 운영자 갈등 탓
내달 1일 ‘자유관’ 배식 중단
학부모 “1200명 끼니 어쩌나”
사전 중재 못한 대학 책임론도

부산대학교 전경. 부산대학교 홈페이지 부산대학교 전경. 부산대학교 홈페이지

부산대 여자 기숙사 식당 운영이 새 학기부터 중단되며 학생 1200명이 밥을 못 먹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 시행사와 식당 운영업체 사이의 갈등이 이유인데, 문제가 커지기 전에 부산대가 중재에 적극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부산대에 따르면 새 학기에 들어가는 다음 달 1일부터 자유관 식당 운영이 멈춘다. 부산대는 지난달 24일 공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 자유관은 부산대 여자 기숙사로 1200여 명의 학생이 생활하고 있다.

부산대는 대안으로 남자 기숙사인 진리관 식당 이용을 안내했다. 재학생은 지난달 31일까지, 신입생은 오는 20일까지 신청해야 진리관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진리관 식당은 자유관에서 15분가량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가깝고 저렴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기숙사 식당 운영이 급작스럽게 중단되자 학생들은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고 있다. 자유관 기숙사에서 생활해 온 한 학생은 부산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유관에서 진리관까지 가는 건 좀 그래서 시켜 먹으려 하는데, 한 학기에 하루에 두 번 배달시켜 먹고 살면 얼마 정도 나올까’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다른 학생은 ‘날마다 도시락 시킬 사람 몇 명 모아서 배달시키든가 해야겠다’고 걱정했다.

부산대 자유관 기숙사 식당 운영이 중단된 까닭은 사업 시행사와 식당 운영업체 사이의 갈등 때문이다. 자유관 식당은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으로 건물 소유권은 부산대가 가지고 있지만, 식당은 사업 시행사와 식당 운영업체 간의 임대계약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계약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식당 운영업체가 적법한 계약 근거 없이 무단 영업하는 상황이 지속됐다는 게 부산대의 설명이다. 마치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세입자가 버티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부산대에 따르면 식당 운영업체가 시행사와 맺은 5년 계약은 지난해 9월 만료됐다.

하지만 식당 운영업체가 계약을 지속하길 바라며 영업을 계속하자 임대계약 갱신권 보장을 둘러싸고 사업 시행사와 식당 운영업체 간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부산대는 계약 기간이 끝난 상황에서 급식에 이상이 생긴다면 책임 소재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식당 운영을 중단했다.

식당 운영 중단이 결정되기 전에 건물 소유자이자 학생에 대한 책임이 있는 부산대가 적극 중재에 나섰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딸이 부산대에 입학한 학부모 최 모(59) 씨는 “지역 대학 중 최고라는 부산대 이름을 믿고 딸을 타지에 보냈는데, 밥도 제 위치에서 못 먹는 처지가 됐다”며 “시행사와 식당 운영업체 사이의 갈등을 학교가 미리 나서 해결하지 못하고, 학생들 밥을 끊어버리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학교도 6개월 넘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민간 자본이 들어와서 운영하는 것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며 “식당 운영업체와 면담했지만 시행사를 통해 얘기하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시행사에 상황을 정리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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