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에서 바다와 함께 예술을 만나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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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갤러리 창 밖 풍경 일품
조형물 놓인 루프탑서 휴식
건축상 받은 카페 코랄라니
아트프로젝트로 유리 공예

지도를 펼쳐 숫자를 세어 보면 해운대만큼 갤러리가 많은 지역이 또 있을까 싶다. 이제 해운대가 비좁다고 생각했는지 요즘 갤러리들은 달맞이언덕을 넘어 송정으로 진출하는 분위기다. 최근 송정해수욕장 근처에 문을 연, 작품은 물론이고 주변 풍광까지 뛰어난 갤러리 두 곳을 소개한다. 설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에도 좋겠다.


송정 바다를 배경으로 바닥에 의자 모양을 한 전아현 작가의 ‘태백산’, ‘지리산’, ‘설악산’이 놓여 있다. 송정 바다를 배경으로 바닥에 의자 모양을 한 전아현 작가의 ‘태백산’, ‘지리산’, ‘설악산’이 놓여 있다.

■자연을 담은 ‘리나갤러리’

송정광어골에 들어서니 옥상에 대형 비너스상이 서 있는 새로 지은 3층 건물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서울 강남 논현동에서 2007년에 시작한 리나갤러리가 지난해 12월 야심 차게 부산지점을 연 것이다. 리나갤러리는 17년의 세월 동안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 90여 명의 전시를 3회차로 압축해 현재 ‘See Through’ 전시를 열고 있다. 이달 21일까지 열리는 1부 전시에는 김태인, 김준식, 조정화 등 총 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1층은 흰 벽을 하얀 도화지처럼 사용한 소위 ‘화이트 큐브’ 전시 공간이다. 특히 1층에서 엄익훈 작가의 ‘그녀에게’는 무심코 지나가면 후회할 작품이다. 그냥 보면 단순한 조형적인 작품인데 함께 설치된 조명을 비추면 벽면에 남자가 여자에게 프러포즈하는 그림자가 나타난다. 이 그림자는 커지고 작아지며 즐거운 놀라움을 선사한다.


엄익훈 작가의 ‘그녀에게’는 조명을 비추는 순간 놀라움을 선사한다. 엄익훈 작가의 ‘그녀에게’는 조명을 비추는 순간 놀라움을 선사한다.

2층으로 올라가는 순간 통유리창 넘어 소나무 숲과 함께 나타나는 바다 풍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회화 작품의 액자 틀처럼 보이는 창문을 통해 자연이라는 위대한 작품을 만나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소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 금세 마음이 편안해진다. 갤러리 밖으로는 ‘블루라인 파크’가 지난다. 2층 전시장 실내에는 각각 길고, 짧은 의자 모양의 크리스탈 큐브 작품이 놓여 있다. 전아현 작가의 작품 ‘태백산’, ‘지리산’, ‘설악산’이다. 크리스탈 안에는 운무에 휩싸인 산이 들었다. 하늘에서 산을 내려다보는 신묘한 느낌이 든다. 찌그러트린 캔을 대충 붙여 놓은 것 같은 김준식 작가의 작품은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작은 크기의 스파이더맨이나 심슨 가족이 위트 있게 들어 있는 극사실 작업이기 때문이다.


리나갤러리 3층 옥상은 바다를 보면서 작품을 즐기는 공간으로 꾸몄다. 리나갤러리 3층 옥상은 바다를 보면서 작품을 즐기는 공간으로 꾸몄다.

조각 작품이 놓인 3층 옥상에선 비너스상이나 대형 하트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좋겠다. 학 모양의 조형물은 잠깐 앉아서 쉬어 가도 괜찮다고 한다. 바다를 보면서 작품을 즐기는, 감상과 휴식을 겸한 도심 속 작은 공원을 만난 기분이다. 리나갤러리 측은 “앞으로 미술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진 작가 및 해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겠다”라고 밝혔다.


■‘코랄라니’와 만난 유리 공예


부산건축상을 수상한 코랄라니는 오션뷰가 빼어나다. 부산건축상을 수상한 코랄라니는 오션뷰가 빼어나다.

2021년에 문을 연 코랄라니는 오션뷰 카페로 소문이 났다. 이미 대만·중국·일본 관광객들까지도 많이 찾는 관광명소다. 코랄라니는 2022년 부산건축상을 수상했다. 웨이브온을 설계해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 부문 본상을 수상한 곽희수 건축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코랄’은 산호, ‘라니’는 하와이어로 천국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서둘러(?) 창가에 자리 잡으니 역시나 오션뷰가 기가 막히다. 갈매기 떼들은 군무를 펼치고 송정 해녀들은 물질에 한창이다. 이날처럼 비 오는 날도 나쁘지 않지만, 화창한 날에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양유완 작가의 공예작품 ‘토템’. 양유완 작가의 공예작품 ‘토템’.

코랄라니는 지난달 중순부터 카페 2층 공간 일부를 아트 프로젝트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커피와 바다 외에도 예술작품을 같이 제공해 더 좋은 문화공간으로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내달 17일까지 열리고 있는 양유완 작가의 개인전 ‘OTTO:Over The Tiny Oval’ 전시다. 양 작가는 유리 공예의 전통적 기법인 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블로잉’을 통해 투명한 유리 안에 기포를 넣어 감각적인 형태를 구현하는 작품들을 보여 준다. 작가의 숨을 담아 완성시킨 유리 작품이다.


양유완 작가의 대형 작품이 샹들리에처럼 매달려 있다. 양유완 작가의 대형 작품이 샹들리에처럼 매달려 있다.

카페 천장에는 양 작가의 대형 작품이 샹들리에가 되어 매달려 있다. 전시 제목 OTTO는 ‘작은 원들을 통해 보이는 세상’이라는 뜻인 동시에 ‘용’을 파자(破字)해 한글로 풀어쓴 것이다. 푸른 용의 해를 맞아 푸른 하늘과 바다의 빛을 머금은 공간에서 용을 주제로 한 유리 공예 작품을 만나 봐도 좋겠다. 전시 공간이 다소 협소하다는 아쉬움은 있다. 코랄라니 김태희 부사장은 “새로운 작가의 전시를 두 달마다 계속 진행할 생각이다. 아직 협소한 전시 공간은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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