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강습해 주실분 없나요?” 귀한 몸 된 수영강사…왜?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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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생존수영에 재활효과…수영 수요 급증
수영강사 태부족…수영장 ‘개점휴업’ 사태도
한국국제대 폐교 탓 강사 양성 시스템도 붕괴
수영장 신설에 한숨…자체 인력 양성 시도도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사천 우주항공 국민체육센터 수영장. 최신 설비를 갖췄지만 수영강사를 구하지 못해 6개월 정도 개관이 늦어졌다. 김현우 기자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사천 우주항공 국민체육센터 수영장. 최신 설비를 갖췄지만 수영강사를 구하지 못해 6개월 정도 개관이 늦어졌다. 김현우 기자

기존 생활수영·생존수영 인기에 재활운동 효과까지 겹쳐지면서 최근 수영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수영강사가 턱없이 부족해 수업 개설조차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부경남은 이들을 양성할 교육기관마저 없어져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해졌다.

5일 경남 사천시설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지역 공공수영장인 사천 우주항공 국민체육센터는 길이 25m 레인 6개와 탈의실 등 수영장 시설을 모두 갖추고 지난해 4월 준공됐지만 6개월이 지난 10월에야 운영에 들어갔다. 당초 기간제 강사 5명을 구하려 했지만 1명도 지원하지 않아 준공 뒤에도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진 것이다. 결국 공무직으로 전환한 뒤에야 모집에 성공했다.

가까스로 수영장 문은 열었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사천시에는 우주항공 국민체육센터를 비롯해 수영장 2곳이 운영 중인데, 강사 1인당 강습 프로그램이 워낙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 결원 발생 시 대처가 어려운 실정이다. 회원들의 추가 수업 개설 요구에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수영장을 위탁 운영 중인 사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회원들의 수업 개설 요청이 많지만 현재로선 여력이 없다. 그래서 수영장 2곳 모두 1명씩 추가로 강사를 모집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워낙 수영강사를 구하기 힘들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준공 6개월 뒤인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사천 우주항공 국민체육센터 수영장. 사천시 뿐만 아니라 대다수 중소도시들이 수영강사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김현우 기자 준공 6개월 뒤인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사천 우주항공 국민체육센터 수영장. 사천시 뿐만 아니라 대다수 중소도시들이 수영강사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김현우 기자

수영 강사 부족은 사천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근 진주시의 경우 지난 2021년 6월 경상국립대 ‘GNU 스포츠 콤플렉스’가 개관해 운영에 들어갔다. 현재 총 12명의 수영강사가 활동 중이지만 이 중 정식 강사는 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파트타임과 근로장학생 등이다. 개관 이후 숱하게 강사 모집 공고를 올렸지만 문의조차 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대학생까지 동원해 수영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강사들은 휴가조차 가기 힘든 실정이다.

그나마 시 단위 지자체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군 단위는 공공수영장 한 곳당 수영강사가 불과 3~4명 수준으로, 한 명이라도 빠지면 운영이 중단될 정도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역의 한 수영 강사는 “사람이 없다. 아무리 모집을 해도 사람이 모이질 않는다. 혹시라도 한 명이 빠지면 강습 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 아무리 수영장이 좋으면 뭐하나. 강사 부족 탓에 회원들이 원하는 수업을 꾸리기도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영강사는 고강도 업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박한 편이다. 여기에 직업 수명도 짧은 편이기 때문에 기피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수영강사는 고강도 업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박한 편이다. 여기에 직업 수명도 짧은 편이기 때문에 기피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이처럼 수영강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이유는 업무 강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사 급여가 낮다는 데 있다.

수영강사가 되려면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 필요한데, 급여가 시간 당 2만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같은 자격증을 요구하는 PT강사나 필라테스 강사는 2만 5000원에서 3만 원 안팎을 받고 있다 보니 대부분이 그쪽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수영강사의 수명은 다른 강사에 비해 비교적 짧다는 점도 문제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수영강사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서부경남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수영장은 계속 늘고 있는데 이들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원래 진주에 있는 한국국제대 사회체육학과에서 연간 30~40명 정도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서부경남 전역에서 수영강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대학 재정난 탓에 학생 수가 급감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결국 폐교되면서 더 이상 인재 배출 길이 막힌 상태다.

여기에 당장 진주시와 남해군 등에 추가 수영장이 만들어질 예정이어서 서부경남 수영강사 인력난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수영장은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 양성에 들어갔지만 서부경남 전체 강사 수급에는 한계가 있다. 김현우 기자 일부 수영장은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 양성에 들어갔지만 서부경남 전체 강사 수급에는 한계가 있다. 김현우 기자

진주스포츠클럽과 GNU 스포츠 콤플렉스 등 일부 수영장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체 인력 양성에 들어갔지만 자체 인력 확보 수준이어서 서부경남 전체 강사 수급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진주시의 한 수영장 관계자는 “수영장이 만들어지면 새로 양성된 강사가 투입되는 게 아니라 기존 수영장의 인력이 유출되는 상황이다. 결국 다른 수영장은 또다시 인력난에 빠지게 되는 건데 당장 대책도 없다. 생활스포츠로서 수영의 가치가 높은 만큼, 지자체 차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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