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한국 탁구, 부산서 국민 스포츠 거듭나길” [탁구도시 부산]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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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현정화 공동집행위원장

후배·미래 위한 연결자 역할 자처
벡스코 찾아 막바지 점검 한창

우여곡절 끝에 대회 재유치 성공
대회 산증인, 개인적 의미 남달라
“부산대회 좋았다 기억 남겼으면”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막바지 대회 준비에 한창인 현정화 공동집행위원장. 이재찬 기자 chan@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막바지 대회 준비에 한창인 현정화 공동집행위원장.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만난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은 제1전시장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엔 인부들이 오전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때마침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막을 앞두고 경기장 시설물을 설치하는 첫날이었다. “인터뷰 요청도 많고, 공사도 시작하니까 옆에서 좀 지켜보고 싶었어요. 지금부터는 ‘구멍’이 나면 안 되니까요.”

현 감독은 부산세계선수권 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지난 1년여간 대회 준비와 관련된 집행을 총괄해왔다. 회의 참석으로 매주 부산을 찾다가, 개막 보름여를 앞두고 짐을 꾸려 아예 내려왔다.

팀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바쁘지만 선뜻 집행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건 책임감 때문이었다. “선수·지도자 생활도 힘들지만 행정가는 정말 탁구를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희 팀 선수들뿐만 아니라 탁구를 하는 모든 이들이 크게 보면 후배들이잖아요. 선배들이 그러했듯, 후배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는 연결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현 위원장은 부산 대회를 놓고 ‘4전 5기’ ‘불굴의 투지’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당초 2020년 열릴 예정이던 대회는 조 추첨식 전날 부산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전격 중단됐다. 세 차례 연기 끝에 대회 자체가 취소됐지만 현 위원장과 탁구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기어코 2024년 대회 재유치를 이뤄냈다.

“2013년 부산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양재생 회장님(현 공동집행위원장)과 ‘세계대회도 한번 해보시죠’라고 말한 게 계기가 됐어요. 전 세계 탁구인들에게 한국에 부산이라는 멋진 도시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세계탁구선수권은 현 위원장에게 유독 각별하다. 모두 9개의 메달(금 4·은 3·동 2개)을 목에 걸었고, ‘그랜드 슬램’(단식·복식·혼합복식·단체전 우승)까지 달성했다. 국제탁구연맹(ITTF) 명예의전당에도 헌액되며, 세계탁구선수권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이유다.

현 위원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남북단일팀이 우승을 합작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을 꼽는다. “한 달 정도 호흡을 맞춘 게 전부라 우승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1도 안 했어요. 그런데 두 팀이 하나로 뭉치면서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저도 모르는 힘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현 위원장은 지난달 부산 대회 조 추첨식 때 다시 한 번 옛 기억을 떠올렸다. 코르비용컵(여자단체 우승컵)에 새겨진 ‘코리아’와 ‘리분희·현정화·유순복·홍차옥’ 이름을 33년 만에 처음 실물로 확인한 것이다. “제 이름이 우승컵에 들어있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여러 장 사진을 찍어뒀죠.”

남북한은 2018년 대회 때도 여자단일팀을 결성했다. 남한과 북한이 8강에서 만나게 되자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의 제안으로 대회 도중 전격적으로 단일팀이 성사됐다. 8강에 오른 나머지 6개 팀을 설득할 때, 전 세계에 울림을 준 1991년 대회가 도움이 됐다. 이번 부산 대회의 슬로건은 ‘원 테이블, 원 월드’(탁구로 하나되는 세상). 다시 한 번 남북단일팀을 기대해볼 법하지만, 북한이 최근 대회 불참으로 출전 자격을 상실해 가능성이 사라졌다.

오는 16일부터 열흘 동안 펼쳐지는 이번 부산 대회는 국내 최초 세계탁구선수권이면서 한국 탁구 도입 100주년에 열려 더욱 의미가 크다. 한국 선수들은 사상 처음 홈팬들의 든든한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치른다. 현 위원장은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때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경험했기에,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준비를 잘해서 기쁜 마음으로 이 대회에 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하다 보면 한 포인트가 넘어갈 때가 있거든요. 그런 감동을 보여주면 홈 팬들도 결과에 상관없이 기뻐하시지 않을까요.”

현 위원장은 부산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 너머를 바라본다. 부산에서 시작해 탁구가 예전의 영광을 되찾고, 다시 국민 스포츠로 거듭나는 미래를 그린다. “한국 탁구의 지난 100년은 선배들과 우리가 잘 이끌어 왔는데, 이번 부산 대회는 후배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100년의 기점이란 점에서 정말 중요해요. 부산을 찾은 국민들과 전 세계 선수들에게 ‘아 부산 참 좋았다’는 기억이 남을 수 있게끔 대회를 성공적으로 잘 치르겠습니다.”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현정화 공동집행위원장이 대회 마스코트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현정화 공동집행위원장이 대회 마스코트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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