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서 부산으로, 일과 휴식 즐기러 출근했어요"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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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창경 '부산형 워케이션' 센터
1년 안 돼 누적이용객 1000명 돌파
생산 유발 42억 원 등 경제파급효과
부산기업과 협업 지역경제 활성화도

부산형 워케이션 거점센터가 개소 1년도 안 돼, 누적 이용객 1000명을 돌파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부산형 워케이션 거점센터가 개소 1년도 안 돼, 누적 이용객 1000명을 돌파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사무실 창밖으로 부산항대교와 바다가 두 눈 가득 들어왔다. 침침했던 눈이 개운해졌다. 반대편 창문으론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하다. 골목마다 다른 매력을 가진 부산의 원도심이다. 바다와 원도심, 부산의 대표 매력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사무실, 일하고 싶어지는 풍경을 가진 이곳은 ‘부산형 워케이션 거점센터’다.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친 말로, 사무실이 아닌 근로자가 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 제도다.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벤처투자회사에서 근무하는 박진현(33) 씨는 “답답한 회사 사무실을 벗어나 부산으로 일하러 왔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면서 “5일을 예약했는데, 회사에서 허락한다면 더 있다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부산형 워케이션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있다. 5일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부산창경)는 동구 초량동 아스티호텔 24층에 자리 잡은 부산형 워케이션 거점센터가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뒤, 1년도 채 안 돼 이용객 1000여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부산창경 곽규열 매니저는 “주중 평균 10명 이상의 사람이 꾸준히 이용하고, 누적 이용을 합쳐 현재까지 1064명이 방문했다”며 “또 1462개의 기업, 2457명이 회원가입을 완료해 워케이션 후발주자로서는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용객 대부분은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업 소속으로 ICT 분야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창경은 5박 이상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부산형 워케이션의 경제 파급효과를 추산했다. 그 결과 부산지역 내 생산 유발 효과 42억 원,투자 유발 효과 17억 3000만 원, 고용 창출은 45명으로 나타났다. 또 부산형 워케이션을 통해 현재까지 768명의 생활 인구가 유입됐고, 1인당 소비금액은 103만 원으로 집계됐다. 부산역이라는 교통 요지와 워케이션 센터가 가까워 접근성이 높고, 관광도시로서 즐길 거리가 부산의 매력 덕분에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워케이션의 목표 중 하나는 생활인구의 증가다. 생활인구는 인구감소로 인한 문제의 대안으로 정주인구뿐만 아니라 지역에 체류하면서 먹고, 쓰고, 소비하면서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사람까지 지역의 인구로 보는 개념이다. 곽 매니저는 “2022년 기준 1년에 부산 시민 1명의 지역 소비액은 600만 원 정도 된다”며 “워케이션 이용객이 평균 1~2주간 머무른다고 가정했을 때, 6명만 확보되면 인구 1명의 감소를 메꿀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부산창경은 워케이션을 통해 부산의 매력을 알려 역외의 기업이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지사 설립 유치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곽 매니저는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워케이션을 통해 부산에 지사를 내겠다고 의사를 전달한 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형 워케이션 거점센터를 중심으로 지역기업의 협업도 끈끈해지고 있다. ‘배러먼데이’‘힐링서프’등 현재 13곳의 부산 기업이 파트너사로 지정되어 워케이션 참가자에게 각종 할인 혜택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도 앞장서고 있다.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원도심에 있는 숙소에 묵을 경우 참가자들에게 1박당 5만 원씩, 최대 50만 원의 숙박비도 지원한다. 매주 수요일 거점센터에서는 워케이션 참가자 간 네트워킹 행사도 열린다. 업무 관련 협업은 물론 부산 관광정보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에 있는 디자인 회사에서 패키지·로고 디자인 등을 담당하는 김근호(28) 씨는 주말을 끼워 워케이션 일정을 세웠다. 김 씨는 “휴식을 위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이번 주말은 워케이션 참가자들끼리, 영도로 맛집 투어를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곽 매니저는 “부산 기업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연계 상품을 지속적으로 늘려 부산과 워케이션 이용자들이 함께 득이 되는 방안을 더 궁리할 것”이라며 “올해는 부산의 골프장과 협업해 특별 레슨·그린피 지원 등 상품 출시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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