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성정당 선택 거대 양당, 국민 정치개혁 요구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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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 비례제 보완 입법 없이 유지
거대 양당 꼼수 심판 유권자의 몫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목을 만지며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준연동형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목을 만지며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준연동형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22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배분 방식이 현행 ‘준연동형’ 유지로 사실상 결정됐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정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내부 의견이 팽팽히 갈려 결론이 나지 않자, 이재명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했고 이 대표는 5일 긴급 기자회견 형식으로 준연동형 유지와 범야권 위성정당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제가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 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라며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위성정당 또한 공식화했다. 앞서 국민의힘도 위성정당 창당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도 4년 전의 꼼수 위성정당 재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1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는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 정당 득표율을 반영해 배분하는 제도다.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 주는 식이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거대 정당들이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애초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을 앞두고 병립형 회귀와 권역별 병립형 등이 검토됐지만 결국 준연동형 유지로 결론 난 것이다. 그러나 위성정당 금지법 같은 제도적 보완 없이 현행 제도를 유지함으로써 또다시 꼼수 위성정당 난립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이 4년 전 정의당 등과 손잡고 준연동형 비례제를 관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제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여 온 퇴행적 행태는 큰 실망을 안겼다. 위성정당 금지는 이재명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 이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제의 틀은 지켰지만 위성정당을 동시에 선택함으로써 정치개혁 약속은 저버렸다. 특히 사실상 선거제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은 상황에서 정치개혁의 대의를 지키지 못했다는 정치적 부담도 안게 됐다. 국민의힘도 위성정당 금지법 등 보완 입법은 외면하고 병립형 회귀만 고집하다 결국 위성정당 꼼수에 동참하는 꼴이기는 마찬가지다.

22대 총선을 앞둔 비례대표제 개선 논의는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국회에서 정치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만 보여 줬다는 평가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국회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국민을 닮은 국회’를 구현하자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출발했다. 거대 양당의 극단적 대결로 치닫는 국회를 협상과 타협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결정권을 쥔 거대 양당이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기득권만 챙기면서 이런 기대는 물 건너가게 됐다. 결국 이번 총선은 지난 총선에서 꼼수 위성정당을 경험한 유권자들의 학습 효과와 현명한 선택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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