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보람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커피도시 부산, 독자 ‘로스터리’ 많아 올 때마다 흥미진진”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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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브라질인… 이민 2세대
상파울루에 ‘움 커피’ 6개 지점 운영
부산 ‘코리아 커피 챔피언십’ 참여
“커피 생산자로 한국과 인연 계속 되길”

“이번까지 부산을 3번 방문했는데 독자적인 커피 로스터리가 많아 올 때마다 새로운 자극을 받습니다. 커피 서비스나 디자인 측면에서 부산은 항상 흥미진진한 곳입니다.”

지난 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코리아 커피 챔피언십&스카마켓’에서 만난 ‘움(UM) 커피’ 엄보람(34) 바리스타의 시선이다. 엄 바리스타는 한국계 브라질인으로 브라질에서 나고 자란 이민 2세대다.

그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2023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엄 바리스타의 우승은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다. 그가 직접 생산한 커피로 트로피를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커피 생산자가 바리스타 세계 대회에 출전해 우승한 사례는 이전에도 2번 있었지만, 직접 생산한 커피를 가지고 대회에 나온 사례는 엄 바리스타가 최초다. 브라질인으로 대회에서 우승한 일도 처음이다.

엄 바리스타의 형인 엄가람 바리스타는 같은 곳에서 열린 ‘2023 월드 브루어스 컵 챔피언십’에서 3위를 차지했다. 형제가 나란히 세계 커피 대회에 입상하면서 그동안 스페셜티 커피로는 후발주자로 여겨진 브라질을 세계가 주목하게 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중 하나지만, 대량 생산하는 저가 커피 이미지가 강했다. 품질 좋은 스페셜티 커피는 브라질에서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엄 바리스타는 “브라질에서 무역업을 하던 아버지가 브라질 커피 수출을 하게 되면서 커피 업계와 인연이 시작됐다”면서 “아버지가 2009년 브라질 최대 커피 생산 지역인 미나스에 600헥타르(600만㎡)의 농장을 사면서 커피 농부가 됐지만, 그때만 해도 은퇴 후 여생을 보낼 곳 정도로 접근하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막 농장을 샀을 때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재무를 전공하고 4년 반 동안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이후 같은 컨설팅 회사의 브라질 지점으로 옮기면서 2015년 브라질에 돌아왔다.

엄 바리스타는 커피 수출을 도와달라는 아버지의 요청에 회사를 그만두고 농장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는 “브라질에 스페셜티 커피가 없다는 이미지가 아쉬웠고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그때부터 스페셜티 커피로 유명한 파나마, 콜롬비아 등 산지를 다니며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에는 상파울루에서 커피 로스터리 겸 카페인 ‘움 커피’를 시작해 현재 상파울루에 총 6개 지점을 내고 운영 중이다. ‘엄 패밀리’는 2019년 브라질 에스피리토 산토 지역에 80헥타르(80만㎡) 규모의 농장을 하나 더 매입했다.

그는 “2019년 브라질 국내 바리스타 대회 우승으로 브라질 내에서 알려지면서 마침 에스피리토 산토 지역에 있는 대학에서 커피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도와달라고 찾아왔다”며 “이후 연구를 거듭해 빛이 하나도 없는 ‘다크 룸’에서 커피를 말리는 방법 등을 고안해냈다”고 전했다.

현재 엄 바리스타 가족 농장 ‘파젠다 움’에서는 게이샤, 핑크 버번(부르봉) 등 48종류의 커피를 심고 재배한다. 엄 바리스타는 ‘다크 룸’에서 말리고 발효한 핑크 버번 품종 커피로 2023년 세계 대회에서 제일 높은 곳에 올랐다. ‘파젠다 움’에서 생산한 커피는 다음 달 한국에서 정식으로 선보인다.

엄 바리스타는 미래 커피 챔피언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내년 5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에서 한국 대표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커피 생산자이자 바리스타로서 한국과 인연이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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