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선거 후유증 경험한 현직 회장, 상공계 화합 위해 결단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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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화 상의회장 불출마 배경

갈등 재연 않도록 할 책임 느껴
지역 원로 상공인 설득도 영향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5일 오후 상의 회의실에서 차기 상의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5일 오후 상의 회의실에서 차기 상의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4대 회장단 추대에 힘입어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던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전격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는 부산 상공계에 분열과 갈등을 더 이상 불러일으키면 안 된다는 부산상의 안팎의 요구가 거셌기 때문이다. 3년 전 유례없는 분열과 갈등을 경험한 장 회장으로선 부산상의의 화합이라는 대의를 위해 ‘통 큰 양보’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지역 상공계에 따르면, 3년 전 부산상의 설립 이래 처음으로 상의 의원 120명 전원을 선거로 뽑으면서 회비 대납 의혹이 연일 터지고 부산상의 직원들이 선거 개입을 이유로 면직되는 등 유례 없는 분열과 갈등을 겪었다. 지나친 선거 과열로 인한 굵직한 잡음 속에 24대 부산상의 회장에 당선된 장 회장은 2021년 24대 의원부 임원진인 부회장 17명을 구성하면서 비교적 젊은 3선 이하 의원을 8명이나 포함시키고, 상임의원 30명에도 초선의원을 9명이나 배치하면서 파격적인 행보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거나 경선을 함께 치른 후보들이 대거 의원에 머물면서 소위 반대편을 껴안지 않았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장 회장이 추구한 변혁의 새바람이 치열한 선거로 인해 깊어진 갈등의 골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다. 한 상공계 인사는 “장 회장이 부산 현안을 두루 챙기고 청년 스타트업을 활성화하는 등 지역 상공계 발전을 위해 노력한 부분은 큰 호응을 얻었지만, 장 회장이 모든 상공인들을 껴안는 데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선거를 치르면서 선거 과열의 폐해와 후유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장 회장으로서는 또다시 경선을 치르는 데 큰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현직 회장으로서 3년 전의 분열과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장 회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현직 회장으로서 두 번 다시 그런 길을 택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용단을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로운 후보가 완주를 선언한 만큼 현직 회장이 ‘통 큰 양보’를 통한 화합의 리더십을 보이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지역 원로들의 설득도 장 회장의 불출마 선언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20대 부산상의 회장을 역임했던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은 “주말 동안 장 회장과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회장을 만나 의견을 나누면서 합의점을 도출해냈다”며 “장 회장이 3년을 역임한 만큼 지역 경제를 위해 새로운 후보에게 양보하는 건 어떻느냐는 권유에 장 회장이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지역 상공계는 장 회장의 불출마로 지역 상공계의 갈등이 심화되지 않고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화합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의원들 상당수는 3년 만에 또다시 선거를 치르게 될 경우 더 큰 분열과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부산상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던 24대 부산상의 초선의원들 상당수도 부산 상공계의 분열을 가장 우려했다.

지난달 초 24대 회장단 회의에서 장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 바 있는 박용수 수석부회장(골든블루 회장)은 용기있는 결단을 환영했다. 박 수석부회장은 “부산 상공계가 더 이상 갈등을 빚지 않기 위해선 회장 추대가 급선무라 판단해 후보들을 조율하려고 노력했다”며 “지역 상공계의 화합을 위해 장 회장이 대승적인 결정을 내려준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하다”고 밝혔다.

장 회장의 불출마 선언에 큰 영향을 미친 신 회장도 “부산 상공계가 더 이상 분열되지 않고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게 됐다”며 “향후 합의 추대가 부산상의의 아름다운 전통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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