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하는 젊은 작가들 응원합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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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인문학 강의 임영매 강사
미술비평집 ‘빛나는 시간’ 출간

임영매 씨가 미술비평집 <빛나는 시간>을 들고 젊은 작가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임영매 씨가 미술비평집 <빛나는 시간>을 들고 젊은 작가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책에 나오면 희망 같은 것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동의대 등 대학 강단에서 미술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임영매 씨가 미술비평집 <빛나는 시간>을 출간했다. 드물게도 지역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비평집을 내게 된 동기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 그랬다.

표지는 책에서 다섯 번째로 소개된 작가 김영순의 작품에서 골랐다. 무표정하고, 눈동자는 충혈되고 초점이 없는 중년의 여성 모습이다. 적과 청이라는 강렬한 색감의 대비 속에서 쓸쓸함과 처연함이 느껴진다. 삶에서 비켜나 있는 예술은 없다고 했다. 임 씨는 “김영순의 그림은 우리 시대의 불안한 삶을 상처 입은 소수자들의 삶을 통해 비추고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오랫동안 꽃가게를 운영해 온 작가(김영순)는 꽃을 가꾸며 자연스럽게 스며든 감성과 감각이 작품에서도 그대로 발휘되고 피어난다”라고 해설을 덧붙였다.

서문을 펼치면 실력 있는 젊은 후배 작가들이 생계 때문에 작업 대신 알바를 뛰고, 미대를 졸업하고 전공을 이어가는 후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별로 없는 미술의 현주소를 안타까워한다. 지역 작가로 노원희, 박항원, 조정환, 방정아, 김영순, 정춘표, 손몽주, 로사 리, 정문식, 최규식을 다룬다. 작가 선정의 이유와 관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와 있었다. “예술은 그저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미적 체험만은 아니다. 예술은 사유하게 한다. 사유를 촉발시키는 힘도 예술에서 나온다. 예술은 우리가 늘 보던 것도 새롭게 보게 한다. 사물을 다르게 보게 하고, 그것을 통해 나와 세계와 역사를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의 인식을 바꾸어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게 예술이다.”

책은 남편과 자식을 두고 탈북했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탈북여성의 사연을 담은 그림 ‘생애’, 솟아오른 미사일을 향해 환호하듯 두 팔을 벌리고 선 남자의 모습을 그린 ‘게임의 재미’의 작가 노원희 이야기로 시작한다. 부산시의 슬로건이었던 ‘다이나믹 부산’을 비틀어 ‘다이너마이트 부산’을 그린 박항원 작가가 그 뒤를 이었다. 박 작가는 도시를 주제로 부산의 개발과 재개발 뒤에 숨은 욕망을 계속해서 다뤄 왔다.

임 씨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문화이론으로 전향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속 그릴 수 있을지에 대한 막막함 때문에 그림을 그만뒀다고 한다.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그 막막함은 젊은 작가들에게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은 것 같다. 임 씨는 “지금까지 봤던 예술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와 사유를 적었다. 젊은 작가들이 힘들더라도 작업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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