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받을라" 원양업계 열악한 근무환경 '발등의 불'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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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U 어업국에 중국·러시아 추가
자원보호 넘어 노동 문제 도마에
미 국무부, 국내 선원 환경 지적
미국 수출 의존도 커 대비책 시급

지난해 7월 부산 영도구 한 조선소에서 원양어선 선원을 대상으로 선박사고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7월 부산 영도구 한 조선소에서 원양어선 선원을 대상으로 선박사고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일보DB

미국의 국제적 어업제재 강화로 우리나라 원양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열악한 어선원 노동 환경이 미국의 제재를 불러올 수 있어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동향분석 보고서를 내고 “미국이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을 제재하는 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IUU 어업은 국제어업관리 협정에서 정하고 있는 수자원 보존 기준을 무시한 채 이뤄지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 수산청은 2009년부터 2년마다 각 국가가 IUU 어업을 하는 지 판단하고 IUU 어업국을 지정한다. 여기에 포함된 국가는 입항 거부, 관할 수역 내 통항 금지, 수산물 수입 제한 등의 조치가 뒤따른다. 지난해도 미국 수산청은 국제 어업관리 개선 보고서를 발간하고 러시아, 중국, 멕시코를 신규 IUU 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원양선박 2척이 남극수역 어장폐쇄 통보에도 조업을 강행해 2019년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됐었다. 이후 원양산업발전법을 개정하는 등 후속 조치에 힘썼고, 2021년 예비 IUU 어업국에서 해제됐다.

KMI는 미국이 최근 IUU 어업 행위 기준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에는 미국이 공해상 불법조업, 영해 침법, 지역수산관리기구 보존관리조치 위반 등을 주로 문제 삼았지만, 최근에는 해양생물자원 혼획, 상어 포획을 넘어 어선원 강제노동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2023년 국제 어업관리 개선 보고서에서 ‘강제 노동 및 아동에 대한 억압적 노동’을 IUU 어업의 주요 행위로 처음 제시했다. 2021년 보고서에서는 강제노동 취약성 이슈를 단순 제시한 것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공해상 노동 문제를 통제·관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미국 수산청은 이번에 중국과 대만을 각각 IUU 어업국, IUU 예비 어업국으로 지정하며 고려 사안으로 강제노동을 명시하기도 했다. 해당 국가에서 승선 시 신분증 압수, 장기간 조업, 휴식시간 열악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수산물이 미국으로 수입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중국과 대만 어선원은 주로 인도네시아, 필리핀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의 어선원 노동 환경도 미 국무부가 매년 발간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2년 연속 지적되는 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해양수산부와 KMI 등에서 어선원 노동자 인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KMI 수산정책연구실 관계자는 “수산업 노동 환경에 대한 모니터링이 국제적으로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법적 정비와 함께 기업 교육, 국제협약 등의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제3대 수산물 수출국으로 지난해 수출액만 4억 2944만 달러(약 5715억 원)에 달한다. IUU 어업국 제재 시 우리나라 수산업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KMI는 이번 동향분석에서 “중국에 대한 IUU 어업국 최초 지정은 미국의 적극적인 어업 규제 행보를 시사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지역수산관리기구의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어선원 노동 환경에 대한 선제적인 점검과 개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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