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민자도로 사업자에 안 줘도 될 부가세 145억 지급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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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민간 사업자에 손실 보전금 주면서 부가세까지 포함
국세청 등 재정지원금은 부가세 과세 대상 해당 안 된다 유권해석
기존 방식대로 지급하면 향후 25년간 1000억 넘는 혈세 날릴 뻔




부산 부산진구 수정터널 톨게이트로 차량들이 진출입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부산진구 수정터널 톨게이트로 차량들이 진출입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시내 유료도로를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들에게 20년간 안 줘도 될 145억 원의 보조금을 과다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앞으로 25년간 1000억 원이 넘는 시민 혈세가 계속해서 새어 나갈 뻔했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유료(민자)도로 운영 및 관리 실태 특정감사' 결과 재정지원금 부적정 집행 등 다수의 지적 사항이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8~11월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 천마터널, 산성터널, 부산항대교, 을숙도대교 등 6개 민자도로와 재정도로인 광안대교의 운영과 관리 전반에 대해 진행됐다.

감사 결과 시가 그동안 6개 민자도로 사업자에게 주지 않아도 될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민자도로 사업자와 협약을 맺고 운영 손실분을 매년 시 재정으로 보전하고 있다. 여기에는 통행료 수입이 협약 당시 예상한 금액에 미치지 못할 때 이를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금(MRG)을 비롯해 소비자물가지수 변동 미반영분, 명절 무료통행과 연속통행 할인 등에 따른 통행료 감면분 등이 포함된다. 시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6개 민자도로 사업자에게 3375억 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했는데, 문제는 여기에 부가가치세 145억 원까지 포함됐다는 것이다.

2016년 통행료 재정지원금이 부가세 과세 대상인지 여부 등의 쟁점을 놓고 벌어진 경남도와 마창대교 사업자 간 조세심판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부가세는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부가세는 특정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가가치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반면 지자체가 민간 운영사에 지급하는 손실보전금은 차량 통행량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해 발생한 손실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실제 차량 통행을 통한 부가가치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울산시도 2022년 울산대교가 개통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민간 사업자에게 지급한 통행료 손실보전금 121억 원 가운데 부가세 11억 원을 국세청 유권해석을 받아 환수했다.

서울과 대구, 광주 등 전국의 지자체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앞다퉈 부가세 환급에 나섰지만, 부산시는 별다른 조치 없이 기존 방식대로 부가세를 지급해왔다. 특히 앞으로 2049년까지 시가 지금과 같이 민간 사업자에 부가세를 지급했다면 1170억 원의 예산이 낭비됐을 것으로 추산됐다.

시 감사위는 법정 신고기한으로부터 5년(2019~2023년) 이내 납부한 부가세 60억 원에 대해 시에 환수 조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지급된 85억 원은 국세기본법상 소급 적용이 불가능해 환수할 법적 근거가 없어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이 밖에 이번 감사에서는 △터널·교량 진입차단시설 유지관리 소홀 △소방시설 유지관리 소홀 △유료도로 이륜차 진입금지 대응 소홀 △터널환기설비 운영·관리 소홀 등이 확인됐다.

시는 감사 결과에 따라 시정 1건과 주의 1건, 권고 2건 통보 6건 등 행정상 조치와 함께 관련자 12명에게는 훈계와 주의 등의 신분상 조치를 했다.

또 백양터널 등 6개 민자도로의 진입차단시설이 정전 때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비상전원설비에 입차단시설을 연결하는 등 시설을 보완하도록 조치했다.

한상우 부산시 감사위원장은 "민자도로의 비싼 통행료와 과도한 재정지원금 지급으로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온 만큼 이번 감사는 사업시행자에 대한 재정지원금 집행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두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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