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예총 회장 선거 3파전… 경쟁 과열, 미술계 내홍 우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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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3명 가운데 2명 미술인
추천서 받는 과정부터 신경전
세 후보 모두 ‘함께·소통’ 강조
창작 공간 활성화도 한목소리

부산예총 제27대 회장 선거 후보로 나선 박태원 전 부산미술협회 이사장, 이정남 부산연극협회장, 오수연 현 부산예총 회장(왼쪽부터 후보자 등록 순). 각 후보자 제공 부산예총 제27대 회장 선거 후보로 나선 박태원 전 부산미술협회 이사장, 이정남 부산연극협회장, 오수연 현 부산예총 회장(왼쪽부터 후보자 등록 순). 각 후보자 제공

부산 최대 규모 예술단체인 한국예총부산광역시연합회(이하 부산예총) 제27대 회장 선거가 ‘3파전’으로 치뤄진다. 3명의 후보 중 2명이 같은 미술인으로 초반부터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면서, 자칫 지역 미술계 내홍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7일 부산예총에 따르면, 이날 회장 후보자 등록을 마친 결과 박태원(61) 전 부산미술협회 이사장, 이정남(56) 부산연극협회장, 오수연(70) 현 부산예총 회장이 입후보했다. 부산예총 선거는 오는 22일 오후 5시 부산예술회관 1층 공연장에서 열린다. 이날 선거에서는 회장 외에도 감사 2명도 선출한다. 감사는 선거 당일 현장 추천으로 뽑기로 했다.

부산예총 회장 선거는 대의원 직선제다. 부산예총 소속 10개 회원단체(협회)가 10명씩 대의원을 선출하고, 총대의원 100명이 회장을 뽑는 투표를 한다. 부산예총 회장 임기는 4년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 등록 과정부터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미술인 출신 두 후보(박태원, 오수연)가 경쟁하면서 추천서를 받는 과정에 신경전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부산미협은 박태원 후보의 추천서를 써 줬다. 부산예총 선거관리규칙에는 “후보자 등록을 위해서는 각 회원단체장(지회장)의 추천을 받거나 직전 총회 대의원 5분의 1(2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이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부산미협 최장락 이사장은 “80년 가까운 부산미협 역사상 두 명의 예총 후보 추천서를 써 준 전례가 없었기에 부이사장 등 집행부 회의를 열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 후보는 “선거관리규칙에는 한 사람만 추천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왜 최 이사장이 내 추천서는 써 주지 않느냐”며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해명을 요구했다. 오 후보는 직전 총회 대의원 추천으로 후보 등록을 마쳤다.

세 후보는 각각 출마의 변을 통해 예총 회장 후보에 나서는 심경을 밝혔다.

등록순으로 정해진 기호 1번 박 후보는 “예술인의 자존심을 되찾고 행복한 부산예총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위기에 봉착한 부산예술회관 위탁 관리를 책임지고 지키기 위해 출마한다”면서 “함께하는 예총, 투명한 예총, 예술인들이 존경받는 예총”을 강조했다. 그는 5년이던 예술회관 위탁관리가 3년으로 줄어든 데 이어 2년 전 예술회관 운영비 1억 원 삭감, 〈예술부산〉 인쇄비 2800만 원 삭감 등을 질타했다. 박 후보 공약은 △부산예총 역사 정립 사업 △부산예술제 10개 단위협회 개최 시기 통합 △협회 예산 증액 △폐교 등을 활용한 예술인 창작공간 활성화 △예술회관 운영 전문 기획팀 구성 △예술인의 날 제정 등이다.

기호 2번 이 후보는 “공유하고 소통하는 부산예총, 함께 나아가는 부산 예술의 미래를 열겠다”는 포부 아래 “미래를 향한 비전을 준비하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 조직의 시스템 변화, 예술단체들의 지속적인 사업 개발을 통해 부산예총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공약으로는 △단위협회 활성화와 재정 강화를 통해 부산 예총 위상 강화 △정관 및 운영내규, 행사 지원, 부산예술상 등 제도 개선 △기획 홍보단 운영 등 창작 환경 개선 △단위협회 내에 각 예술단을 두고 상설 공연화 등 예술회관 활성화 △전국 네트워크와 국제교류 통해 세계적인 예술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 등을 제시했다.

기호 3번 오 후보는 “2020년 제26대 예총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복병으로 하고자 했던 많은 사업의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다시 한번 더 맡겨 준다면 11년의 행정 경험으로 부산예술문화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창작활동 지원금,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 확보 △국제교류전 플랫폼, 예술아카데미 확장 △부산예술상·청년예술상·공로상 확대 △대형 창작예술공간 조성 △부산예술회관 피아노 교체 및 리모델링 △부산예술회관 예술단 확대 △유관기관과 상생 협약체 구성,부산예술원 설립 추진 등의 공약을 내걸면서 “함께하는 예총, 열린 예총, 소통하는 예총!”을 내세웠다.

한편 부산예총 회장은 오 후보의 등록으로 자격이 일시 정지된다. 회장 권한대행은 수석부회장인 이정남 부산연극협회장이 맡아야 하지만 그 역시 출마해 부회장 두 명 중 연장자순으로 안규성 부산연예예술인협회 회장이 맡을 전망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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