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지능인, 자립 위한 지자체 지원 시급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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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학생 2% 수준 추정
졸업 후엔 제도 사각지대 방치
수영구, 최근 조례 입법안 예고
“시 차원 실태조사 필요” 지적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 전경

제도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경계선 지능인이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홀로서기 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7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지역 초중고교에 다니는 경계선 지능인은 모두 474명이다. 경계선 지능인 집계를 처음으로 시작한 2022년(259명)과 비교해 배 가까이 늘었다. ‘숨은 사례’까지 합하면 전체 부산 지역 학생의 2% 정도가 경계선 지능인일 수 있다는 게 시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계선 지능인 혹은 느린 학습자는 IQ가 71~84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통상 IQ가 85점 이상이면 평균 범주에 속한다고 본다. 반면 IQ 70점 이하는 지적 장애로 분류한다. 지적 장애는 아니지만 평균 지능보다는 낮은 이들이 경계선 지능인인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적절한 상황 판단,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 또한 감정 표현이나 의사소통이 서툴러 관계 맺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시교육청은 심리 상담과 학습 지원 등 경계선 지능인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보조하고 있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대부분 지원책이 ‘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는 탓에 고등학교 졸업부터는 다시 제도 사각지대로 쫓겨나기 때문이다.

금정·동래구 등 기초 지자체의 지원 상황도 비슷하다. 경계선 지능인 선별검사 비용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등 경계선 지능인이 사회로 진출하도록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

경계선 지능인을 사회로 이어주는 제도가 없는 탓에 이들 중 일부는 사회 부적응자나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간다. 공장, 택배 등 단순노동도 한 달 이상 버티는 경우가 드물다.

경계선 지능인 커뮤니티 ‘아다지오’ 대표이자 경계선 지능인 학부모인 정진희 대표는 “학창 시절 따돌림으로 인한 우울증 등 심리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떻게 대학교를 가더라도 또다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다수다. 결국 고등학교 졸업 이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게 태반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부산 기초 지자체 중에서는 수영구가 경계선 지능인이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수영구청은 ‘부산광역시 수영구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사회적 인식 개선 △진단 검사 △맞춤 취업 지원 등 내용이 조례에 담긴다.

수영구청 기획전략과 관계자는 “경계선 지능인 교육과 관련해 부산 모 대학과 업무협약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며 “경계선 지능인 특징에 알맞은 일자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생애주기별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부산광역시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해당 조례에는 경계선 지능인 실태조사와 경계선 지능인 지원을 전담하는 센터 설립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올해 센터 설립이나 실태 조사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지난해 조례를 발의한 김광명 부산시의원은 모든 정책의 기초가 되는 지원 대상의 수조차 파악하지 못한 현 실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실태 조사와 더불어 사회성 훈련, 일자리 경험 등 여러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당당하게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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