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시한폭탄’ 다중채무자 450만 명…역대 최대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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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자 넷 중 하나, 세 곳 이상서 대출
평균 대출 1.26억·DSR 58.4%
가계대출자 162만 명은 DSR 100% 넘어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대출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가 450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한 지하철역에 개인회생·파산면책 전문 법무법인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대출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가 450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한 지하철역에 개인회생·파산면책 전문 법무법인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대출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가 450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중채무자는 정부가 고금리에 가장 취약한 금융 계층으로 간주하고 집중 감시·관리하는 대상으로, 고금리 시기에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450만 명은 직전 분기(2023년 2분기 448만 명)보다 2만 명 늘어난 역대 최다 기록이다.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1983만 명)에서 차지하는 비중(22.7%)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다만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568조 1000억 원)과 1인당 평균 대출액(1억 2625만 원)은 2분기(572조 4000억 원·1억 2785만 원)와 비교해 3개월 사이 4조 3000억 원, 160만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다중채무자들의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이다. 대출 한도와 높은 금리 등으로 추가 대출을 통한 돌려막기가 이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작년 3분기 말 현재 1.5%로 추산됐다. 2019년 3분기(1.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다. 이들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8.4%로, 여전히 소득의 약 60%를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다. 보통 당국과 금융기관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다중채무자들이 평균적으로 이 수준의 한계에 거의 이르렀다는 뜻이다. 실제 다중채무자의 26.2%(118만 명)는 DSR이 70%를 넘었고, 14.2%(64만 명)는 100%를 웃돌았다. 이는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소득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체 가계대출자로 대상을 넓히면, DSR이 70%를 넘은 차주는 279만 명(14.0%·70∼100% 117만 명+100% 이상 162만 명)에 이른다.

특히 다중채무자 가운데 소득과 신용도까지 낮은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차주’의 3분기 말 현재 DSR은 평균 63.6%였다. 취약차주 35.5%(46만 명)의 DSR이 70% 이상이었고,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차주 대출액의 65.8%(63조 4000억 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이들은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6.5%를 차지했다. 직전 분기(6.4%)보다 0.1%포인트(P) 늘어 비중이 2020년 3분기(6.5%) 이후 3년 만에 최대 기록을 세웠다. 한은도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취약 차주,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취약 부문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차주의 DSR이 오르면서 소비 임계 수준을 상회하는 고DSR 차주가 늘어날 경우 이는 차주의 소비성향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에 걸쳐 가계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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