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13일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항 계류장. 연합뉴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이르면 13일(현지시간) 나올 것으로 점쳐지면서 두 회사의 기업결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역 사회는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 존치를 위해 조속한 분리매각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분리매각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LCC에 흡수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13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EC)는 이르면 한국시간으로 이날 늦은 오후 두 항공사의 기업 결합 심사 결과를 공지할 것으로 전해진다. EU 경쟁당국은 양사의 기업 결합 심사 관련 14일(현지시간)까지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과 유럽 4개(독일 프랑크푸르트·스페인 바르셀로나·이탈리아 로마·프랑스 파리) 노선의 운수건과 슬롯(특정시간대 공항에 이착륙할 권리) 일부 이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EC의 조건부 승인이 내려지면 최종 승인 여부가 판가름 나는 올해 말 이전에 유럽 노선 일부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이관하는 등 경쟁 제한 우려 해소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U 문턱을 넘으면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만 남는다. 현재로서는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 역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미국의 승인을 받아 연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연내 화물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다. 이후 2년 가량 통합 과정을 거쳐 완전히 한 회사로 합칠 예정이다.

이에 지역사회는 산업은행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등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적극 촉구하고 나섰다. 가장 큰 고비로 여겨졌던 EC의 조건부 승인으로 기업결합이 가속화되면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능성이 더 떨어지는 만큼 산은과 정부의 영향이 미칠 수 있을 때 분리매각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역 사회는 2029년 완공될 가덕신공항을 거점으로 한 지역 항공사로서 제역할을 하기 위한 에어부산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라도 분리매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기업결합이 진행되면서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신규 노선을 확보하지 못하고 운항 항공기가 줄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이후 에어부산의 인기 일본 노선 축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에어부산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LCC 흡수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부산시의회, 시민사회 등이 함께 하는 ‘에어부산 분리매각 추진협의회’(이하 추진협의회)는 14일 산은에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청과 관련한 답변 요구서를 전달할 방침이다. 산은이 지난해 말 ‘EU의 기업결합 심사 이후 그 결과에 따라 부산과 분리매각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한 데 따른 것이다. 추진협의회 측은 이와 함께 에어부산 분리매각 추진 100만 서명 운동, 릴레이 기고, 주요 정당의 4월 총선 공약 채택 건의 등 전방위적 공략을 펼치기로 했다. 추진협의회 관계자는 “통합 LCC 본사 유치가 불발되면서 지역 사회에선 지역 거점 항공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으로 결정권이 넘어가기 전에 정부와 산은로부터 제대로 된 답변을 받아낼 수 있도록 힘을 합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부터 에어부산 분리매각 서명 운동을 펼쳐온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도 힘을 실었다. 시민공감은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이 발표됐던 지난 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와 산은에 지역 거점 항공사 생존을 위한 분리매각을 강력 촉구한 바 있다. 오는 19일에는 에어부산 분리매각 관련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시민공감 이지후 이사장은 “가덕신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 항만복합물류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지역 거점 항공사가 절실한데 이대로 가다간 빈껍데기 공항이 될 게 뻔하다”며 “에어부산이 지역 거점 항공사로서 제기능을 하고 국토균형발전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와 산은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은 지난해 말 에어부산 살리기 시민참여 서명운동을 벌였다. 시민공감 제공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