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백 의무화? 극장·OTT 엇갈린 찬반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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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한 특정 영화에 대해
일정 기간 타 플랫폼 유통 유예
극장·배급사 찬성 vs OTT 반대

정부가 최근 모태펀드 영화계정 관련 출자사업 공고에 ‘홀드백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두면서 영화계와 OTT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모태펀드 영화계정 관련 출자사업 공고에 ‘홀드백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두면서 영화계와 OTT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영화 분야 지원 사업 조건에 ‘홀드백(Hold Back)’ 준수를 의무화하는 가운데 영화업계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계의 의견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31일 낸 모태펀드 영화계정 관련 출자사업 공고에 ‘영화 분야 투자는 문체부에서 정한 홀드백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담았다. 모태펀드 지원작을 대상으로 하며 홀드백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다. 정부는 △한국영화 메인투자 △중저예산 한국영화 등 두 분야에 각각 210억 원, 115억 원씩 출자해 총 420억 원, 23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홀드백은 특정 영화의 극장 개봉 이후 일정 기간 동안 극장 외 다른 플랫폼에서 해당 영화 공개를 유예하는 것을 뜻한다. 영화는 통상 ‘극장-IPTV-OTT-TV’ 채널 순으로 일정 기간을 두고 유통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업계에선 자율적으로 3~4개월 정도의 극장 홀드백을 지켰다. 극장에 개봉된 특정 영화를 극장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관람하기 위해선 3~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OTT가 득세하면서 이 관행은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 팬데믹 기간 중에는 극장 개봉 대신 OTT로 직행하는 작품 또한 여러 편 나오기도 했다.

OTT 업계는 정부가 홀드백을 시행령에 도입하거나 국회가 법률에 명시하는 ‘법제화’ 추진을 우려하고 있다. 홀드백은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제한하는 규제이고, 이를 의무화하면 오히려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할 거라는 게 OTT 측의 주장이다. 또 OTT 계약은 2차 시장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홀드백이 의무화되면 이 수익모델이 감소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영화관과 배급사 등 영화업계는 홀드백이 영화산업을 살리는 제도라며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흥행이 저조한 작품엔 홀드백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영화산업 전체를 보면 침체한 영화계를 도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익명을 요청한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처음에 극장 개봉 기준으로 투자를 받은 작품이 코로나19로 영화관 상황이 안 좋아지자 OTT로 직행하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영상산업 도약전략’ 발표에서도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개봉 촉진 펀드 조성과 홀드백 준수 지원을 예고했다. 당시 개봉 지원 펀드 지원작에 홀드백 의무를 시범 적용했다. 시범 운영 당시 제작비 30억 원 미만 영화는 예외로 했고, OTT 공개 유예 기간을 개봉 후 4개월로 뒀다. 이번에도 예외 규정을 두되 유예 기간 등 구체적인 요건은 업계와 논의해 결정해 이달 중 공지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법령에 넣는 식의 법제화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관련 업계가 협의체를 통해 자율적으로 협약을 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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