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터널 건설하면 부산항은 죽는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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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구원 연구총서 ‘부산… ’
승효상 건축가의 소신 인터뷰



승효상 건축가. 부산일보DB 승효상 건축가. 부산일보DB

“부산은 바다를 쳐다봐야 한다. 왜 자꾸 내륙으로만 들어가려고 하는지, 왜 ‘부산성’을 잊어버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제5대 국가건축정책위원장과 부산시 도시건축 정책고문을 지낸 승효상 건축가가 북항 재개발, 원도심 개발, 세계박람회 유치, 한·일해저터널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특유의 직설적인 표현으로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김홍기 동명대 건축학과 교수가 인터뷰어로 나섰으며, 부산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연구총서 <부산, 과거의 창으로 미래를 말하다 2>에 실렸다. 이 책에 실린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북항 재개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육지의 흙으로 바다를 메워서 바다를 육지화시키고 그 위에 건물을 짓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북항을 이런저런 형태의 건물이 난립하는 시각적 랜드마크 경연장으로 만들면 안 된다. 이렇게 해서 후손에게 물려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북항은 앞으로 부산을 재생하는 중요한 기지가 되어 산과 바다를 잇는 중간 영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부산은 지금 위기다.”

-부산은 원도심이 쇠퇴하면서 해운대 등 동부산으로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 고민이다.

“부산은 아직 원도심이 개발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게 어떤 의미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부산은 그동안 난개발이 많이 이루어져, 원도심마저 난개발이 이루어지면 개발하지 않은 것만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후손들이 하도록 남겨 두면 좋겠다.”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부산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면 부산은 유라시아 철도의 종착역이 되니 지정학적으로 너무너무 귀중한 위치에 있다. 일본도 오래전부터 대륙 철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일 해저 터널을 통해 한반도와 일본을 연결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한·일해저터널 계획에 동의하는 부산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 도버해협도 해저터널을 건설하며 인접 항구가 모두 쇠퇴해 버렸다. 해저터널을 건설하면 부산항은 죽는다. 부산은 언제까지나 마지막 터미널로 남아야 앞으로도 잠재력이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에 실패해서 부산시민들의 실망감이 매우 크다.

“언젠가 유치에 성공하면 한편으로는 걱정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이 있다. 걱정은 난개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부산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만약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고 이를 계기로 아주 절제된 계획을 한다면 부산은 더욱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부산다운 건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포용적 건축이다. 부산은 항상 바다를 염두에 둔 계획으로 입안이 되어야 한다. 바다를 육지처럼 생각하지 말고 바다를 바다로 생각하고 어떤 건축이 되어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부산을 내륙화시킬 이유가 하나도 없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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