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들온말 말고 토박이말 한마디 어떠세요?”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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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환 토박이말바라기 ‘으뜸빛’
토박이말 매력 빠져 진주서 활동
가치·매력 알리는 전도사 자처
교육·어울림한마당 통해 홍보
개정 교육과정에 포함 큰 성과

강병환 (사)토박이말바라기 으뜸빛은 우연한 기회에 토박이말을 접한 뒤 그 가치와 매력에 빠졌고, 지금은 그야말로 토박이말 전도사가 됐다. 강병환 (사)토박이말바라기 으뜸빛은 우연한 기회에 토박이말을 접한 뒤 그 가치와 매력에 빠졌고, 지금은 그야말로 토박이말 전도사가 됐다.

“환경이 깨끗할 때는 공기와 물의 중요성을 모릅니다. 오염이 돼야만 알 수 있죠. 한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말이 위기를 겪는 지금 토박이말 중요성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일제시대 문화말살 위기에도 민족의 얼이라며 목숨을 걸고 지킨 한글이지만 요즘은 또 다른 의미로 위기를 맞았다. 외국어가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으며, 각종 신조어가 봇물 터지듯 생겨난다. 이런 어려움 속에 순우리말을 지키고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바로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다.

토박이말바라기 창립 시기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014년 3월 경남 진주시에서 ‘토박이말교육학회’로 출발한 토박이말바라기는 참여자가 늘면서 2015년 12월 사단법인으로 거듭났다. 같은 뜻인 '순우리말'이 아닌, '토박이말'이란 단어를 쓴 건 전통적이고 친근한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또 순우리말의 경우 순수하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데, 토박이말은 그렇지 않아 사용하기 시작했다.

강병환 으뜸빛(대표)은 우연찮게 토박이말을 접한 뒤 그 매력에 반해 토박이말바라기 활동에 동참해 왔다. 공학박사 출신으로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강 으뜸빛은 우연히 국학원 강의를 들은 뒤 순우리말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달았다. 이후 지인의 추천으로 토박이말교육회 회원으로 가입한 뒤 토박이말바라기 마름빛(이사)을 거쳐 2017년부터 으뜸빛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으뜸빛은 “평소에도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쓰려고 애를 쓴다. 그러던 중 선배 한 명이 토박이말바라기를 소개해줬는데 평소 내 생각과 너무 비슷해 함께하기로 마음 먹고 회원 가입을 했다. 부족하지만 토박이말을 지키고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강 으뜸빛이 생각하는 토박이말의 매력은 말 속에 선조들의 삶과 얼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자만 보면 뜻을 바로 알기 힘든 단어도 토박이말에서는 금방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파는 차가울 한(寒) 자에 파도 파(波)자를 쓰는데, 갑작스러운 추위라는 뜻과 일치하지 않는다. 반면 토박이말에서는 한파 대신 '갑작추위'라고 써, 보다 실용적이고 의미 전달도 쉽다.

강 으뜸빛은 “흔히 토박이말이 형용사만 발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 말고도 이름씨·움직씨도 아주 넉넉하다”며 “우리의 느낌·생각·뜻을 나타내기에 알맞은 토박이말이 넉넉하게 많다는 점이 토박이말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토박이말바라기는 지역 민간단체임에도 다양하고 많은 사업·활동을 펼친다. 주시경 선생이 〈말의 소리〉를 펴낸 날을 기념해 매년 4월 13일을 ‘토박이말날’로 정하고 이를 외부에 알렸다. 경남교육청 도움을 받아 학생 대상으로 토박이말 교육을 진행하며, 토박이말 솜씨를 뽐낼 수 있도록 매년 토박이말어울림 한마당 잔치도 열고 있다.

또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이름뽑기 잔치와 함께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토박이말로 부르는 노래 대회를 열어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값진 성과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토박이말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강 으뜸빛은 토박이말 확산을 위해 초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앞으로 교과 편성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강 으뜸빛은 “토박이말 확산을 위해선 아이들이 토박이말을 놀 듯이 즐겁게 배우고 그 말을 나날살이에서 쓰도록 해야 한다. 경남교육청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사업 연속성을 갖춰 진행하면 많은 사람이 토박이말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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