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3지대 신당 창당, 정치 양극화 뛰어넘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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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부응보다 의석 확보에 몰두 양상
대안 정당으로서 자격·의지 돌아보길

개혁신당 이원욱, 조응천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총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 의원, 이준석 대표, 조응천 의원 더불어민주당 탈당파인 이들은 기존 지역구인 화성과 남양주에서 출마한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원욱, 조응천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총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 의원, 이준석 대표, 조응천 의원 더불어민주당 탈당파인 이들은 기존 지역구인 화성과 남양주에서 출마한다. 연합뉴스

개혁신당이 13일 첫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빠져나온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4개 세력이 개혁신당이라는 이름으로 합친 지 사흘 만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가장 선명한 야당으로 우뚝 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신당으로서 본격 출범을 알린 선언이었다. 같은 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신당 창당을 통해 총선 구도에 균열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신당이 대안 세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개혁신당의 경우 내세우는 명분과 가치가 뚜렷하지 않다. 정체성이 다른 세력들이 ‘화학적 결합’ 없이 조급하게 한배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개혁신당 참여 세력들이 거대 양당에 반대하기 위해 뭉쳤다는 것 말고는 확실한 정치적 지향점을 알기 어렵다. 향후 당 운영이 순탄하지도 않을 전망이다. 통합 과정에서 이낙연·이준석 대표 측은 당명을 두고 갈등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고, 이낙연계 합류에 반발하는 이준석 지지층의 대규모 탈당 움직임도 포착됐다. 여성·노인 정책 등을 놓고 당내 각 분파끼리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개혁신당이 총선용으로 급조한 선거공학의 산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조국 전 장관도 신당을 만들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조 전 장관은 한때 우리 사회를 흔들었던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 이어 지난 8일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형편이라 신당 창당의 배경에 의문을 갖는 건 당연하다 하겠다. 조 전 장관은 스스로 총선 출마 의사도 밝혔다.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거나 “국가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 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조 전 장관의 외침은 선뜻 공감하기 힘들다. 정치권 일각에선 신당을 통해 위성정당 합류 같은 꼼수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신당 세력들은 기본적으로 ‘정치 양극화의 대안 정당’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은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 극복이란 명분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향한 확고한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 또 이를 실행할 역량을 요구한다. 하지만 신당 세력들이 지금 보이는 모습은 그러한 민심에 부응하기보다 단순히 다가올 총선에서의 의석 확보에만 몰두하는 듯하다. 기존 정치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데, 이 경우 그에 대한 국민의 질타는 기존 양당을 향한 질타를 넘어설 것이다. 신당 세력들은 우리 정치의 제3지대로서 자격과 의지가 있는지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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