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김태호·조해진 투입… 친노·친문 성지 탈환 본격화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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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조해진, 김해을 출마 선언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야권 우위
봉하마을 지역구 조정 등 변수
문 전 대통령 영향 막강 양산을
김태호 등장에 예측불허 형국
야 "핵심 인사 부울경 배치해야"

경남 김해을, 양산을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조해진(왼쪽), 김태호 의원. 연합뉴스 경남 김해을, 양산을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조해진(왼쪽), 김태호 의원. 연합뉴스

김태호 의원에 이어 3선의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이 13일 당의 낙동강 벨트 내 ‘험지’ 출마 요구를 수락하면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의 ‘성지’인 경남 김해·양산에 대한 여권의 탈환전이 본격화됐다. 16대 총선까지 보수 우위였던 두 지역은 2002년 김해 봉하마을이 고향인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2012년 양산에 살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도전, 이를 계기로 가동된 야권의 ‘낙동강 벨트화’ 전략이 주효하면서 야당 강세 지역으로 변모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낙동강 전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기면 인천 상륙도 가능하고, 서울 수복도 이뤄질 것이란 희망이 있다”며 “김해을 지역에서 사력을 다하겠다. 재도 남지 않게 저를 태우겠다”며 김해을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서병수(부산진갑) 의원과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에 이은 부산·울산·경남(PK) 중진의 세 번째 험지 도전이다.

김해을 지역은 16대 총선까지는 PK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오래 독식해온 보수 텃밭이었다. 그러나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 전 대통령의 강력한 ‘동진 전략’과 맞물려 17대 총선에서 최철국 전 의원이 민주당 계열 정당의 깃발을 처음 꽂았고,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 이후 김해을의 야권 우위 구도는 더욱 공고해졌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양산을로 차출된 김태호 의원이 이런 환경을 뚫고 2011년 보궐선거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연거푸 당선되며 ‘선거의 달인’ 칭호를 얻게 됐지만, 20대 총선에서 노·문 전 대통령의 ‘적자’ 격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곧바로 ‘수복’에 성공했고, 이후 ‘봉하마을 지킴이’로 알려진 김정호 의원이 2018년 보궐선거에 이어 21대 때 재선에 성공하면서 현역으로 이 지역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성역’인 봉하마을이 20대 총선에서 김해갑 지역으로 넘어갔고, 3선에 도전하는 김 의원에 대한 지역 내 피로도 역시 이번 총선의 변수로 여겨진다. 2018년 6월 보궐선거 당시 62.3%에 달했던 김 의원의 지난 총선 득표율은 49.6%로 줄었다. 조 의원 측은 “김해을 지역의 선거 환경이나 민심이 이전과 많이 바뀌었다. 김 의원의 경쟁력도 그리 높지 않다”며 해 볼 만한 싸움이라고 보는 반면, 김 의원은 “연고도 없는 조 의원을 갑작스럽게 투입해 지역 민심이 많이 안 좋다. 여권 내부도 분열됐다”며 여권의 ‘악수’로 오히려 손쉬운 선거가 됐다고 반박한다.

양산을 역시 3당 합당 이후 19대 총선까지 줄곧 보수정당이 차지했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양산 매곡동에 거주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대선에서 당선되고, 특히 20대 총선에서 단일 선거구던 양산이 갑·을로 분리되면서 야당세가 급격히 팽창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한겨레신문 사장을 지낸 서형수 전 의원이 민주당 당적으로 첫 당선됐다. 지난 총선에서는 여야 박빙세인 이 지역에서 모두 후보난을 겪었으나, 민주당에선 수도권에 있던 김두관 의원이 지역주의 극복을 기치로 출사표를 던진 반면, 국민의힘에선 홍준표 대구시장의 양산행이 무산되면서 결국 김 의원이 민주당 밭을 지켰다.

그러나 김해을에서 야당의 강력한 방어선을 무너뜨린 경험을 가진 김태호 의원이 양산을에서 다시 ‘소방수’ 역할을 맡으면서 이번 선거는 예측불허 형국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선거에서 진 적이 없다. 이와 관련, 김두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쪽(국민의힘)은 중진들의 희생과 헌신을 압박하면서 낙동강 벨트에 경쟁력 있는 인물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쪽은 누가 ‘찐명’이냐, ‘대선 책임이 어디 있냐’로 싸우는 중이다. 민주당의 위기”라며 친문·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인사들의 부울경 집중 배치를 당에 요청했다. 여권의 탈환 공세에 대한 위기감의 반영으로 읽힌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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