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출생 시대 늘봄학교가 대안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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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근 전 부산시교육청 교육국장

해마다 갱신되는 출생률 통계는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한다. 2000년 이후 계속되어 온 저출생 문제는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 보니 오늘날 인구절벽이라는 심각한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저출생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온종일 돌봄과 방과후학교의 통합모델인 늘봄학교 정책을 발표했고, 부산시교육청은 교육부 일정보다 앞서 1학기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한다. 온종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학부모로서는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다만, 너무 성급한 정책추진은 아닌지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보고, 늘봄학교가 저출생 시대에 대안이 되길 기대해 본다.

첫째, 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과 돌봄 공간 확충에 대하여 수요자 요구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학부모 중에는 만족스럽지 않으면 돌봄교실 또는 늘봄 프로그램을 희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의 요구에 맞는 양질의 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과 강사의 전문성 담보 등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기존의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의 질적 개선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둘째, 사회 제도적 해결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돌봄을 희망하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모든 아이를 수용한다는데 과연 이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대책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SNS상에서 학부모들의 늘봄학교에 대한 의견을 보면, 맞벌이 가정에서는 대체로 찬성하고 있으나, 이에 앞서 부모의 출퇴근 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해주길 바란다. 누구든 희망만 하면 돌봄을 지원해 준다는 생각은 교육적이지도 못하고 저출생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10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인구정책을 연구한 유럽의 국가처럼 부모가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육아휴직 확대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 운영 주체인 학교는 조직 확충 및 업무 가중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우려가 있다.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의 통합모델로 인해 돌봄전담사는 돌봄 아동들이 많아져 업무 가중을 우려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 행정인력 등을 확충해 늘봄학교 업무를 담당하게 한다고 하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늘봄학교 지원에 대한 업무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의 통합은 돌봄의 기능, 방과후활동의 교육적 효과, 학교의 환경, 돌봄 수용 등을 고려하여 조직과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고 유연하게 연계해야 한다.

넷째, 늘봄학교가 지나치게 학교 중심이 되다 보면 지자체의 돌봄에 대한 관심과 지원, 질적 개선이 약화될 수 있다. 돌봄과 방과후활동을 위해 지자체 중심으로 다함께돌봄센터,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활발하게 양질의 돌봄과 방과후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의 돌봄과 지자체의 돌봄이 상호 유기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며 각각의 강점을 살리고 안전과 접근성 등을 감안한 학부모의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부산시교육청은 늘봄학교를 2024년 전면 실시함으로써 전국에서 가장 앞서 나간다고 발표했고, 정책설명회 등 홍보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보다는 개학을 앞두고 늘봄학교의 준비 상황을 좀 더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늘봄학교 안착을 위해 성급한 추진보다는 단계적으로 다져야 할 현장을 살펴보고 반영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 본다.

한 명의 아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면밀한 연구와 시범 등을 거쳐 멈춤 없는 지원과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 맡길 곳을 찾기에 앞서, 자녀와 함께 시간을 더 많이 갖기를 원한다. 이에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고, 부득이 아이를 맡겨야 하는 경우 부모의 품처럼 안전하고 따뜻한 돌봄을 희망한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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