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미래 지구 생물종의 디스토피아적 동화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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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1750 'LMO3116'

스튜디오1750의 ‘LMO3116’.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스튜디오1750의 ‘LMO3116’.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나무와 은박비닐, 작은 송풍기로 제작된 상상의 생물체는 가볍고 가냘파 보여서일까, 그 낯설지 않 은 익숙함 때문인지 더 애처로워 보이지만 말하지 못하는 이 생물체의 사연은 더 궁금해진다.

‘LMO3116’(2016)은 유전자변형종들로 넘쳐나는 지구 생물들의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과하게 비틀어 놓으며 관람자적 시각과 상상의 한계를 확장한다. 14개의 민들레 홀씨 모 양 오브제들을 천장에 매달고 송풍기를 이용하여 바람을 넣었다 뺐다 반복하면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작품의 제목인 ‘LMO‘는 자연생태가 아닌 인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를 포괄적으로 지칭하고, 숫자 ’3116‘은 알 수 없는 미래의 연도를 나타낸다. 즉 3116년에 나타날 새로운 돌연변이를 거대한 민들레 홀씨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스튜디오1750은 초기 작업 활동에서부터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변이된 동식물들에 대한 상상력을 비닐, 플라스틱과 같은 환경에 유해한 물질들로 만든 생물체 오브제로 재탄생시키며 또 다른 확장된 이야기의 전이로 연결되는 특정적 공간 연출과 함께 기이하지만 흥미로운 상상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작가의 주제 의식을 한 번 더 되새기고 바라 보게 만드는 호소력 짙은 일종의 기계적 관심 유도 장치가 되어 마치 우리의 눈과 마음을 붙잡아 둔다. 조금은 과하고 흉측스러울 수 있지만 투박하고 인공적인 이 못난 재료들은 작품의 의도와 이야기를 들려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영리하고 신선한 선택이며, 당연하다는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기술의 진화가 항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고 믿고 있지만, 불완전함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인간과 자연의 공생적 섭리는 인간복제까지 넘보는 초현실적 기술로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신성함 그 자체인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주 기괴하지만 동화 같은 몸짓으로 작품은 들려주고 있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한 유전자 조작이 지속된다면 결국 지구는 비정상적인 생명체가 난무하는 디스토피아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는 아주 무서운 동화가 된다.

작가 김영현, 손진희로 구성된 스튜디오1750은 2014년에 결성되었으며, 장소와 재료의 제한을 두지 않으며 자유롭게 활동하는 창작 그룹이다. 다양한 재료들이 가지는 본연의 성질과 그리고 그것들이 존재하는 특정 공간과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혼종·변종된 오브제로 이야기를 확장해서 담아내는 작업을 한다. 하상민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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