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 바람 '에어부산 분리매각', 총력 쏟아 실기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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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통합론 등 '지역 거점' 위태
정부·산은 설득, 총선 공약 절실

부산시민운동본부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개최한 출범식. 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부산시민운동본부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개최한 출범식. 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기업 결합이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13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의 반독점 심사에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받았다. 두 국적기는 앞선 1월 일본 심사를 통과했고, 상반기 중 미국 승인까지 얻으면 올 하반기에 자산 42조 원, 세계 10위의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로써 항공업계, 특히 LCC(저비용항공사)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부산을 토대로 성장한 아시아나 자회사 에어부산의 향방이다. LCC 합종연횡의 쓰나미에 휩쓸려 가뭇없이 사라질 조짐까지 보인다. 더 이상 실기하지 말고 조속한 분리매각 협상이 시작돼 종국에는 지역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지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 인수에 나선 대한항공은 EC의 요구를 수용해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일부 유럽 노선 이관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LCC 업계에서 화물사업과 유럽 노선 인수전이 벌써 시작됐다. 인수 여부에 따라 LCC 업계 1위가 바뀌는 터라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문제는 두 국적기의 LCC 자회사, 즉 진에어와 에어부산·에어서울의 처리 방향이다. 지역사회는 채권단 산업은행이 에어부산만 떼어 내 지역 상공계에 매각하기를 요구해 왔으나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회사 3사를 묶은 메가 LCC 출범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 경우는 에어부산의 지역성이 박탈되고, 가덕신공항의 미래까지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에어부산은 지역에서 태어나 지역민이 키웠다. 2029년 가덕신공항 개항과 함께 지역 거점 항공사와 일자리 창출의 역할을 다해야 할 임무가 주어져 있다. 하지만 지금 에어부산의 모습은 애잔하다. 기업 결합 진행 중에 인력 수급이나 신기종 도입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 설 연휴 증편 계획도 인력 부족 탓에 눈물을 머금고 취소했다. 신규 노선 취항에도 제약을 받고 운항 항공기도 줄고 있다. 게다가 에어부산까지 포함한 LCC 통합설까지 횡행한다. 가덕신공항을 무대로 세계로 뻗어나가야 할 지역 LCC가 어떻게 이런 처지가 되었나! 딱한 에어부산의 처지를 바라보는 지역민의 속마음은 타들어간다.

참다못한 시민들이 나섰다. 부산 시민단체 20여 곳이 참여해 지난달 출범한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의 총선 공약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채택하라고 촉구한다. 앞선 14일 부산시의회, 시민사회 등이 함께하는 ‘에어부산 분리매각 추진협의회’는 ‘EU 심사에 따라 분리매각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다’는 산업은행의 기존 입장에 대한 답변 요구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오기까지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만시지탄이긴 하나 지금이라도 정부와 산업은행을 설득하고, 총선 공약에도 반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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