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둘리 아빠’는 상상력의 달인이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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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만화가 열전 / 한창완·박인하



<우리 시대 만화가 열전> 표지. <우리 시대 만화가 열전> 표지.

만화가가 어느날 갑자기 스타가 된 건 아니다. 고우영은 이미 1970년대에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물론이고 라면과 맥주 광고를 찍고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일찍이 1960년대에 한국 최초의 SF만화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를 그리다 미국으로 건너가 본업 외에도 출판사 등 사업으로 성공한 김산호도 있었다.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 시절의 우리를 구원해 준 이현세지만 <천국의 신화>로 6년간 재판을 받던 엄혹한 시절도 있었다. 오늘날 한국 웹툰 산업의 커다란 성공은 빛나는 선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시대 만화가 열전>은 194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우리가 사랑한 만화가 37명의 이야기와 그들의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국내 1호 만화이론 전공 교수 한창완과 만화평론가 박인하가 의미와 재미를 두루 갖춘 글을 썼다. 만화의 힘은 과거 김종필 국무총리를 한 신문 만평에서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표현해 비판한 것에 대해 불쾌하지 않았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에 잘 나타나 있다. “만화가 날 그리면 난 살아 있는 겁니다.”

허영만과 김수정 작가에게는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허영만은 <오! 한강>, <날아라 슈퍼보드>, <식객> 등 시대가 원하는 만화를 한발 앞서 그렸다. 그는 만화 창작을 위해 자신의 생활방식도 바꿨다. 팔순을 바라보는 지금은 펜을 버리고 디지털 도구와 함께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둘리 아빠’ 김수정은 아이들이 공룡을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행동으로 옮긴 상상력의 달인이다. 또한 캐릭터 회사를 설립하고, 저작권을 철저하게 지켜낸 비즈니스 관리자이다. 그 시절 만화방은 새로운 세계를 꿈꿀 수 있던 유일한 공간이었다. 한창완·박인하 지음/행성B/356쪽/2만 7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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