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라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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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란 무엇인가 / 한디디

<커먼즈란 무엇인가> 표지. <커먼즈란 무엇인가> 표지.

‘커먼즈’(Commons)란 무엇인가. 흔히 공동체 일원이 함께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유자원을 의미한다. 익히 들어본 ‘공유지의 비극’ 이론에 나오는 공유지가 바로 커먼즈다. 해당 논문의 원문(영문) 제목 역시 ‘The Tragedy of the Commons’다. ‘공공재의 비극’이라고도 한다.

M 프랜차이즈의 햄버거 세트 메뉴를 상상해보자. A와 B가 ‘햄버거+감자튀김+음료수’ 구성의 런치세트를 주문한다. 보통 햄버거와 음료수는 각자의 몫을 구분해 제 손에 쥐고 먹지만, 감자튀김만큼은 한 곳에 부어 함께 먹는다. 공유한다. 이 경우 감자튀김이 공공재다. 만약 A가 식탐이 많은 사람이라면? 제 몫의 햄버거는 잠시 미뤄두고, 감자튀김부터 먹는다. 사유재인 햄버거야 언제 먹어도 딱 제 몫만큼이지만, 공공재인 감자튀김은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다.

감자튀김 대신 공동 목초지를 예로 든 것이 바로 ‘공유지의 비극’이다. 모든 이가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자발적으로 그 재화를 공급하려 하지 않으며, 또 공급에 따른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도 혜택에 상응하는 비용 부담을 꺼린다는 점을 꼬집는다. 이러한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고려할 때 공공재의 실험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커먼즈란 무엇인가>는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려는 책이다. 인간은 이기적이지만, 또한 합리적이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참을 줄도 안다. 사실 ‘공유지의 비극’에서 말하는 인간 본성이 먼 과거부터 내내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다. 인간은 수천 년간 소규모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공유자원을 관리해왔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이러한 공동체는 사라졌다. 저자는 자본주의에 빼았긴 인간의 자율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유토피아적 상상이 현실에서도 실현 가능할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책. 한디디 지음/빨간소금/272쪽/1만 7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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