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후 퉁퉁 붓는 팔다리, 데이터 기반 촬영으로 맞춤 치료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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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부종 진단과 치료법]
림프계 이상, 곳곳 붓고 염증
유방암 환자 40% 이상 발생
겨드랑이 림프절 절제 후유증

인체 무해 ICG 조영술 병행
조기 진단부터 예후 관리까
부산대병원, 장비 개발 재활 치료

부산대병원 윤진아 재활의학과 교수(오른쪽)와 최수홍 물리치료사가 림프부종 치료실에서 림프부종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 윤진아 재활의학과 교수(오른쪽)와 최수홍 물리치료사가 림프부종 치료실에서 림프부종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의 전체 생존율은 점차 올라 72.1%를 기록했다. 암 환자의 생존율이 향상되면서 치료 이후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림프부종은 암 치료 후 가장 흔한 합병증 가운데 하나다. 심해지면 미용 측면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부산대병원 윤진아 재활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림프부종의 진단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암 환자에게 찾아오는 만성질환

림프부종은 림프계의 비정상적인 흐름이 만성으로 진행되는 질환이다. 림프계는 면역 체계와 체액의 균형 유지를 비롯해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림프계에 이상이 생기면 주로 팔과 다리가 퉁퉁 붓고 얼굴과 목, 몸통과 성기 등에도 부종과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또는 감염으로 인한 림프계 손상이다. 특히 유방암 환자의 경우 수술 이후 많게는 40% 이상에서 림프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액와절 림프절 절제 수가 많을수록, 방사선 치료를 시행할수록 발생률은 높아진다.

팔, 다리에 부종이 생기면 둔통, 피부 이상감각, 무게감 등 증상이 나타난다. 지속될 경우 림프가 새는 증상이나 피부 섬유화, 봉와직염 등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암 생존자에게 갑자기 부종이 발생한다면 암의 재발 여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국내 림프부종 진료 인원은 2016년 1만 8882명에서 2020년 2만 8109명으로 늘어, 연평균 10.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병원 윤진아 재활의학과 교수는 "특히 암 수술, 그 중에서도 유방암을 비롯한 부인과 암 수술 이후 이차성 림프부종 환자가 늘었는데, 암 진단과 수술 모두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암 세포는 림프관을 따라 돌아다니며 전이돼 암 수술에서 림프절을 제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방암 수술에서는 암과 겨드랑이 림프절을 함께 절제하기 때문에 림프액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아 후유증으로 팔이 붓는 림프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윤진아 교수는 "림프부종은 모든 암종에서 신체 전반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유방암 수술 이후 림프부종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커서 병원을 빨리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림포스코프 ICG로 림프부종 환자의 팔을 촬영한 이미지. 형광염료가 림프관 위치와 림프액이 쌓인 위치를 보여준다. 부산대병원 제공 림포스코프 ICG로 림프부종 환자의 팔을 촬영한 이미지. 형광염료가 림프관 위치와 림프액이 쌓인 위치를 보여준다. 부산대병원 제공

■환자 개별 상태 확인해 물리치료

임상적으로는 부종이 생긴 쪽과 아닌 쪽의 팔 또는 다리 둘레를 재서 비교해 진단한다. 영상 검사 중에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주입한 후 림프액의 흐름을 촬영하는 림프신티그라피(핵의학 검사)가 대표적이다. 비정상적인 림프 흐름을 확인하고 림프 기능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방사선에 노출되는 한계가 있다. 국소적 또는 얕은 림프관 기능을 확인하거나 초기 림프계 흐름 이상을 감지하는 데도 일부 제한이 있었다.

최근에는 인체에 무해한 형광염료인 인도시아닌그린(ICG)을 이용해 얕은 림프관의 흐름을 확인하는 인도시아닌그린 림프조영술이 함께 시행된다. 부산대병원은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데이터 기반 림프부종 전용 촬영기기인 '림포스코프 ICG(LymphoScope ICG)'도 개발했다.

림포스코프 ICG는 인도시아닌그린 주입 후 발산되는 근적외선을 통해 얕은 림프관을 촬영해 림프부종의 주요 손상 부위인 얕은 림프관의 손상 정도와 기능을 평가한다. 방사선 노출이 없고, 장기간 촬영이 가능하다.

윤진아 교수는 "인도시아닌그린 림프조영술은 진단뿐 아니라 예후 관리와 맞춤형 치료에도 활용된다"며 "부종이 생기기 전에 림프부종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 후에도 호전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추후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림프부종 환자는 환자마다 림프관 손상 부위와 부종의 양상이 다르다. 인도시아닌 림프조영술을 통해 환자 개별 림프 상태를 확인하는 '림프 지도 만들기(Lymphatic mapping)'를 하고 나면, 그에 맞춰 마사지로 체내 림프액의 흐름을 유도하는 도수 림프 배출법를 포함해 여러 치료 방법을 적용하는 복합림프물리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부산대병원은 지난해부터 재활의학과에 림프부종 치료실을 개설해 이와 같은 맞춤형 재활 치료를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제1회 영상 기반 림프부종 치료 워크숍’을 열고 전국 의료진과 물리치료사 앞에서 실제 치료를 시연하기도 했다.

윤진아 교수는 "림프부종은 치료에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들고, 현재 치료법들도 효과와 방법을 정립하려면 아직 근거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 "많은 병원이 인도시아닌 영상 기반 림프부종 치료를 도입하고 전문화된 치료가 정착돼 림프부종 환자들이 보다 빨리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림프부종 치료실의 치료팀. 왼쪽부터 최수홍 이민형 김예지 물리치료사, 윤진아 재활의학과 교수. 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림프부종 치료실의 치료팀. 왼쪽부터 최수홍 이민형 김예지 물리치료사, 윤진아 재활의학과 교수. 부산대병원 제공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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