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쿠바 수교… 부산 도시 브랜드 중남미로 뻗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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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형제국’ 60여 년 만에 193번째 수교
‘글로벌 도시’ 지향 부산도 전략 마련 필요

우리나라와 쿠바는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2015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한-쿠바 수교 55주년을 맞아 방북한 쿠바 정부의 '2인자' 미겔 디아스 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을 만나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와 쿠바는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2015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한-쿠바 수교 55주년을 맞아 방북한 쿠바 정부의 '2인자' 미겔 디아스 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을 만나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는 중남미의 쿠바와 전격적으로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우리나라와 쿠바는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15일 이를 확인하며 “이번 수교는 과거 동유럽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 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실의 평가처럼 쿠바와의 수교는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정부의 외교력 부재를 일정 부분 불식하는 한편 우리 외교의 지평 확대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말 오랜만에 국민들이 뿌듯해할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쿠바와의 공식 수교는 우리나라가 기존 192개 수교국에 단지 1개국을 더한다는 차원의 의미를 훨씬 뛰어넘는다. 중남미 지역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으나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우리와 교류가 끊어졌다. 그사이 쿠바는 북한과는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어온 반면 2000년을 전후로 20년 넘게 수교에 공을 들인 우리에겐 빗장을 열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정부로서는 말 그대로 외교적 숙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쿠바의 수교는 북한에 큰 ‘외교 충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핵 등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도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외교적인 측면 외에 이번 수교로 양국의 경제 협력과 문화 교류는 매우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쿠바 역시 세계 속에 입지를 굳힌 우리와 실질 협력을 매우 바라고 있었던 만큼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양국이 중간 단계 없이 곧바로 대사급 외교 관계를 맺고 상주공관 개설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가기로 한 것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사실 양국은 수교 이전에도 전혀 교류가 없지는 않았다. 일제 강점기 때 쿠바로 이주한 한인의 후손 1000여 명이 현재 거주 중이고,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연간 1만 5000명의 한국인이 쿠바를 방문했다. 이제는 제도적 기반 위에서 교류가 더욱 확대될 일만 남았다.

쿠바와 외교 관계 수립을 계기로 앞으로 정무적인 부분은 물론 당장 양국 간 인적 왕래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업 진출이나 지자체 교류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 부산도 이를 남의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미 부산은 작년 6월 쿠바상공회의소 회장을 초청해 북항재개발 현장을 보여 주며 시 차원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또 2017년엔 부산상의 경제사절단이 현지에서 쿠바상의와 경제협력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미약하긴 해도 교류의 실마리는 있는 셈이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지난 월드엑스포 유치 과정을 복기해 보면 이번 수교는 분명 부산의 글로벌 전략에도 도움 될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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