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 강국 위해 인재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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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석 동의과학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최근 몇 년 새 지역 산업체로부터 신규 채용을 위해 졸업생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으나 보낼 졸업생이 없어 산업체는 애를 태우고 있다. 지역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R&D(연구개발) 고급인력이 아닌 대부분 생산현장 인력 또는 현장관리 인력이다. 전문대학 졸업자에게 적합한 직무이다. 부울경의 주요 산업인 자동차, 부품소재, 조선, 화학공업, 우주항공 등 제조업 기반의 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현장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지역산업체는 어떻게 인력 문제를 해결할까? 대부분이 해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다. 오랜 세월 기술 자립화를 이룬 기술강국 대한민국이 이런 방법으로 인력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은 방법일지는 국가나 지자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깊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정부는 무분별한 해외근로자 유입 정책을 지양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투입되더라도 공학교육을 되살려 우리 청년들을 훌륭한 기술인으로 양성하는 방향으로 인재 육성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예를 든다면 항공우주연구소에서 새로운 형태의 로켓엔진을 연구개발하더라도 실물로 구현하는 것은 기술자의 몫이다. 소재 기술, 가공 기술이 적용되어 제품으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국내 기술자가 없어 해외에 맡기거나 핵심부품의 가공이 해외근로자의 손에 맡겨진다면 좋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기술 자립화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나 지자체는 항상 신산업분야의 R&D 우수인력을 키우는 데 관심을 쏟고 있지만, 실제 기업에서는 생산현장 기술 인력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숙련 기술인력을 육성하지 못한다면 기술강국 대한민국은 허울 좋은 옛이야기가 되고 말 것이다.

최근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기업이 대학과 손잡고 교육 후 채용을 약정하는 계약학과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번 입시에서 1차 합격자들이 대부분 등록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공학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대학에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이공계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전 학년에 걸쳐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생활비 지원까지 배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산업체 현장에 종사하는 고숙련 기술자들이 고령화로 인해 현장을 떠나고 있다. 고숙련 기술이 젊은 세대에 전수되지 못하고 자칫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고숙련 기술자, 기술명장들이 대학에서 기술과 기능을 마음껏 전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세 번째, 청년들을 위한 취업장려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실업수당과 구직수당은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두 종류의 수당이 많은 예산을 들여 좋은 취지로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 자발적 실직을 양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예산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지원금으로 활용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급여를 조금 더 인상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고용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어 청년 고용 장려와 급여 현실화를 유도한다면 현장 인력 확보도 다소 해결될 수 있다. 또 출산장려 국가지원금을 투입한다면 생활이 안정된 청년들이 혼인적령기에 결혼과 출산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지역 정주와 출산 장려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 제조업과 대학의 공학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망망대해에서 갈 길을 잃어버린 형국이다. ‘경제의 심장’ 제조업이 다시 힘차게 뛸 수 있도록 인력양성과 제조업 활성화에 정부와 지역사회의 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 세대에 다시 한번 기술강국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금자탑을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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