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
전담 조직 상설화 계획도 밝혀
소액주주 이익에 방점 찍을듯
공매도 제도 손질 등도 관심사

15일 취임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이달 중 도입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안착에 거래소가 앞장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이사장은 15일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BIFC)에서 열린 취임식(사진)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성공을 위해 거래소가 중심을 잡고 뚝심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 이사장은 기업 밸류업 지원을 위해 구체적으로 거래소 내 전담 조직 상설화 계획도 밝혔다. 정 이사장은 “단순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이 주가 부양이라는 1차 목적을 넘어 중장기적인 기업 문화로 정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취임식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정 이사장은 “대기업들이 배당을 하지 않거나 주가를 올리는데 관심이 없는 등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며 “앞으로는 좀 더 산업 간의 비교 등으로 대주주 경영진의 소액주주, 일반투자자들의 이해에 좀 더 부합될 수 있는 노력을 해야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주가 부양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배당 비중 증가 등 증시 문화 개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코스피·코스닥·코넥스 각 시장별 정체성을 확립해 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종증권시장, 기업성장집합기구(BDC) 등 효율적 자금 중개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도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자산 형성 기회 확대를 위해 기업공개(IPO) 단계부터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공매도 제도를 중심으로 한 ‘기울어진 운동장’도 바로잡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또 거래소의 데이터·인덱스 분야 사업조직 개편을 통해 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정 이사장은 “ETP 신상품 개발, FICC 파생상품 라인업 확충, 탄소배출권 시장 육성 등을 통해 탄탄한 수익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금융감독원장 출신 첫 거래소 이사장으로 선임 과정에서부터 그의 향후 거래소 운영 방향에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장 시절 취임 직후 금융감독원의 검사·감독 기능을 개편한 점 등에서 ‘시장주의자’로서의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정 이사장이 금감원장 시절 은행권 충당금 적립, 불공정거래 엄정 조치 등에 드라이브를 건만큼 주식 불공정 거래, 불법 공매도 손질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시행 중인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올해 상반기까지 예정돼 있는데 정 이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제도 개선안이 상반기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정 이사장은 경북 청송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행정고시(28회)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으며 2013년 기획재정부 차관보, 2016~2017년 증권선물위원장, 2021~2022년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했다. 임기는 이날부터 2027년 2월 14일까지 3년이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