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났지만 생전에 딸 하던 말 아침마다 생생”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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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대 ‘마우나 참사’ 10주기
15일 남산동 캠퍼스서 추모식
의사자 양성호 씨도 함께 추모

15일 오전 부산 금정구 부산외국어대학교 내 추모공원에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15일 오전 부산 금정구 부산외국어대학교 내 추모공원에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214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 참여한 유족들은 생때같은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는 15일 오후 3시 금정구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 추모 공원에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10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식에는 부산외대 장순흥 총장을 비롯해 유족과 학생, 교직원 등 약 70명이 참가했다.

부산외대 교회 담임목사의 추모 기도로 시작한 추모식은 사건 경과보고, 추도사, 유족 대표 인사말과 헌화로 이어졌다. 장 총장은 “오늘은 유가족과 슬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모인 자리”라며 “참사로부터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희생자들의 숭고한 넋을 잊지 않을 것이다.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전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김판수 씨는 여전히 아침마다 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며 슬픔을 절절히 토로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어느덧 딸이 떠난 지도 1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아직도 딸이 생전에 하던 말이 아침마다 생생하게 들린다. 이쁜 딸을 하루라도 잊은 적이 없다”며 “딸이 먼저 훌쩍 떠나버렸단 미칠 것 같은 서러움만 내 가슴에 깊이 쌓인다”고 했다.

추모식에서는 참사 당시 학우들을 구하다 숨진 양성호 씨 추모도 이뤄졌다. 양 씨는 미얀마어학과 학생으로 체육관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다 2차 붕괴로 사망했다. 양 씨는 의사자로 인정받아 지난해 4월 기장군 실로암 공원묘역에서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장됐다.

15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외국어대학교 내 추모공원에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을 마친 후 한 유가족이 헌화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15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외국어대학교 내 추모공원에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을 마친 후 한 유가족이 헌화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외대 재학생들도 검은 옷을 입은 채 추모식에 참석해 선배들의 넋을 기리며 엄숙한 분위기로 자리를 지켰다.

경영학과 재학생 임재한(25) 씨는 “부실 공사, 관리 부실 등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막 대학에 입학한 선배들이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게 안타깝다”며 “10년이 지난 지금도 전국에서 부실 공사 논란이 지속되는데, 부산외대 재학생으로 먼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는 2014년 2월 17일 밤 내린 눈에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벌어졌다. 당시 이곳에는 부산외대 아시아대학 학생들이 모여 신입생 환영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참사의 결과는 처참했다. 재학생과 입학생 등 9명과 환영회를 주관하던 이벤트 회사 직원 1명은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도 무려 204명이나 나왔다.

젊은 청년들의 안타까운 희생에 부산 시민은 물론 전국 국민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어처구니없게도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는 인재가 빚어낸 일로 밝혀졌다. 경찰은 참사가 나자 급하게 수사본부를 꾸렸고 사건 발생 38일 만에 ‘인재’로 참사가 빚어졌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체육관 시공사 측이 설계 도면을 임의로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고, 강도가 떨어지는 자재가 사용된 경우도 적발됐다. 한마디로 부실시공이 참사 원인으로 밝혀진 것이다.

리조트 측도 제때 제설작업에 나서지 않은 책임도 지적됐다. 결국 참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리조트, 시공사 관계자 등 11명에 징역과 금고형을 받았다.

리조트 소유자인 코오롱그룹은 참사를 책임지는 차원에서 유가족에 보험금 이외에 별도 보상금을 지급했다. 다만 구체적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부산외대는 참사로 숨진 학생 9명 전원에 명예 졸업 증서를 수여하고 추모비를 세워 지금까지 추모식을 이어오고 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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