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 담는 새 부대… 부산 문학 새로운 전기 마련할 때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3개 단체, 잇단 새 집행부 선출
동시 구성은 매우 이례적인 일
연대·변화·내실 등 과제도 뚜렷
새 단계의 결속 다질 수 있어야

김요아킴 회장의 새 집행부를 선출한 부산작가회의 정기총회. 부산작가회의 제공 김요아킴 회장의 새 집행부를 선출한 부산작가회의 정기총회. 부산작가회의 제공

부산 문단에서 이례적으로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부산작가회의, ㈔부산소설가협회 등 3개 문학 단체가 새 진용을 동시에 짰다. 부산작가회의는 지난달 시인 김요아킴을 새 회장으로, 부산소설가협회는 이달 초 소설가 정영선을 새 회장으로,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는 지난 16일 문학평론가 황국명을 새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부산작가회의는 2년 주기, 부산소설가협회와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는 3년 주기로 새 집행부를 구성하는데 이번에 한꺼번에 이뤄진 것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중 기념사업회의 경우, 지난해 연말 연임 중이던 소설가 조갑상 이사장이 임기 2년여를 남겨놓고 갑자기 사퇴한 이후 새 진용을 짠 것이다. 그러니까 조 이사장의 사퇴로 3개 단체의 새 진용이 동시에 짜인 셈이다. 그의 사퇴는 지난 연말 이후 진행된, 정영선 소설가의 동인문학상 수상을 둘러싼 부산 문단의 논란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수상 자체도 논란이었으나 이후 연관되는 얼기설기한 문제가 생겼다. 부산소설가협회장이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이사직을 수행한다는 관례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기는 하다.

정영선 회장의 새 집행부를 구성한 부산소설가협회 정기총회. 부산소설가협회 제공 정영선 회장의 새 집행부를 구성한 부산소설가협회 정기총회. 부산소설가협회 제공

근년 부산 문단에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는 시각은 꾸준히 있었다. 다양한 매체가 대두하는 시대 변화 속에서 문학의 위상이 달라진 데다가 코로나19 비대면 풍조가 더해져 문학적 결속도 상당히 헐거워졌기 때문이다. 2010년 무렵까지는 시대와 맞서 분투하던 뜨거운 문학운동의 1980년대, 그 연장선상에서 ‘지역문학’이라는 기치가 그래도 당당했다. 그 기치는 문학의 시대적 소명, 공동체적 역할을 글쓰기의 심장에 둔 것이었다.

그러나 점차로 시대적 이념의 균열, 달라진 시대와 새로운 개인의 등장, 후속세대의 인정투쟁 속에서 그 기치의 지향은 상당히 엷어져 갔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후배들이 선배들을 탓만 할 수 없는 것은 후속세대가 절멸하고 있는 한국적 상황 속에서 특히 부산의 경우, 지난해 수도권으로 1만 1400여 명이 이탈했고 그중 20~30대 청년층이 60%에 달할 정도로 젊음의 씨가 고갈하는 격심한 지방 소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 상황도 빚어졌는데 회원 수를 보면 부산작가회의 286명, 부산소설가협회 78명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부산 인구는 감소하나 문학 단체 회원은 늘고, 회원은 늘어나지만 결속은 약해지고 있는 문제적 상황인 것이다. 그 때문에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는 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마침 3개 단체가 새 진용을 이례적으로 함께 구성한 때에 맞춰 그 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황국명 이사장의 새 집행부를 짠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정기총회.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제공 황국명 이사장의 새 집행부를 짠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정기총회.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제공

다 제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연대, 변화 모색, 알찬 사업 등으로 집약된다.

부산작가회의 새 집행부는 연대를 내세웠다. 문학은 사람의 일인데, 사람의 정서적 연대를 도탑게 하면서 문학적 연대의 틀을 마련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부산소설가협회의 경우, 정인 직전 회장 집행부에서 사단법인을 성사시켜 협회의 틀을 격상시키고 공고히 했다. 새 집행부는 “이전을 이어가면서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기치를 내건 만큼 직전 집행부가 마련한 새 틀을 더욱 성숙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새 집행부는 2026년 요산김정한문학관 개관 20주년 기념행사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요산 기념사업을 한층 심화하는 가운데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3개 단체의 뿌리는 공통적으로 요산 김정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뿌리들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한국 현대문학의 큰 봉우리인 요산이 부산 문학의 뿌리라는 것은 그런 의미다. “요산을 극복해야 한다”는 화두의 출발은, 그 문학적 지평을 한없이 넓혀갔던 요산처럼 후속세대들이 ‘사람됨의 중심’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시대적 전기를 마련하고, 새로운 문학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 하는 데 있을 것이다. 바로, 지금이 문제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