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 사직·의대생 휴학… 부산 의료대란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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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학병원 전공의 사직 잇따를 듯
필수업무 유지하고, 협상 임하기를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앞에 휠체어가 놓여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앞에 휠체어가 놓여있다.연합뉴스

2000명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생들이 동맹휴학을 추진하고,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개별 사직에 나섰다고 한다. 서울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전공의가 19일 집단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를 기점으로 출근하지 않는 집단행동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원광대병원, 가천대길병원 등 7곳의 전공의는 이미 집단사직서를 제출했다.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인제대부산·해운대백병원, 고신대병원 등 부산의 대학병원 전공의 역시 동참 의사를 내비치면서 부산에서도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계가 끝내 집단행동을 시작한 셈이다.

정부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내리고 불복 시 면허취소 등 초강경 조치를 예고하고 있지만, 의료 공백은 이미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전공의가 파업하면 수술 일정이 한두 달씩 줄줄이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응급실·중환자실 운영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대형병원은 전공의 집단사직을 기정사실화하고, 수술과 입원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SNS에는 ‘대학병원에서 쌍둥이(다태아) 출산을 앞둔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 하루 전날 취소 통보를 받았다’ ‘어머니 폐암 수술이 밀렸다’는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집단행동이 대규모로 장기화될 경우 수술 진행이 어려워 의료대란은 불가피하다. 정부와 부산시 등은 지역 의료대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어떤 방식이든 환자들에게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사회적 비난과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 보건의료노조와 환자단체(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한국루게릭연맹회 등 6개 중증질환 관련 단체), 시민단체(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사회 각계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을 비판하는 성명을 쏟아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진료 중단을 막기 위해 국민 촛불행동을 하자”라고 제안할 정도이다. 의사단체는 환자를 볼모로 벌이는 집단행동에 대해 국민 누구도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의대 증원은 지역·필수·공공 의료 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국가적 과제이다.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일수록 수억 원의 연봉과 사택을 제시해도 전문 의료 인력을 구할 수 없어 병원마다 공석인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그 피해는 오롯이 지역민이 감내하고 있다. 지역의료 체계 붕괴는 지역소멸을 가속하는 주요한 원인인 셈이다. 이제라도 의사들은 의대 증원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인원과 시기를 조정하는 협상에 임해야 한다. 정부도 의사단체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극한의 충돌은 피하고,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등 필수업무는 유지해야 한다. 의료계가 인간의 생명에 대한 숭고한 책무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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