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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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매 (사)대한민국유권자총연맹 이사장

중국 고전에 ‘시불가실(時不可失)’이라는 교훈이 있다. ‘때는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때를 놓쳐서는 안 됨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실현의 원천인 원자력 산업계 역시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오는 5월 말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지속가능한 원자력발전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회기 내 통과가 화두가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법의 조속한 제정으로 원전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21대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번 국회서 통과 못 하면 자동폐기 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폐기물 관련 산업계·학계·연구기관에서도 최근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산학연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오랜 기간 집단지성이 수많은 논의를 거쳐 내놓은 결과물을 이제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도 이사장이 직접 기장군, 울진군, 영광군 등 원전 소재 지자체, 의회, 주민들과 소통하며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을 하면 필연적으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말한다. 일정 기간 높은 열과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에 밀폐공간에서 관리해야 한다.

현재 국내 5개 원전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따로 보관할 영구처리시설이 없어 원전 부지 내 시설에서 임시보관하고 있다. 그동안 원전 부지 내 습식 수조에 보관했지만 이제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원전 부지 안에 임시로 건식 저장시설을 만들기도 했지만 영구 시설은 될 수 없다.

이에 특별법은 방폐물 영구 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 절차 및 일정, 유치 지역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은 최종 완공까지 30년 넘게 걸리는 만큼, 당장 시작해도 2050년 이후에나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고리 등 전국 원전에 쌓인 고준위 폐기물의 포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영구 저장시설 건설을 서두르지 않으면 각 원전은 출력을 줄이거나 운영을 멈춰야 한다. 우리나라 미래 무탄소 에너지 수급과 탄소중립 실현에 큰 제약이 생김은 물론 반도체·철강 등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주요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특별법 제정의 최적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회에서는 저장시설의 용량 등 일부 쟁점은 있지만 여야 모두 특별법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공감해 관련 법안을 3개 발의한 상태이고 행정부도 강력한 법제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근 부울경 원전지역 주민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최근 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다수의 국민(91.8%)이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마련의 시급성에 동의하고 있다.

이번 특별법 제정의 기회를 실기하면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미래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고 결국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다. ‘시불가실(時不可失)’을 마음에 새기며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도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의 증설과 영구화 우려에 대한 대안없는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고준위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통한 당면과제의 해결책을 찾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고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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