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업의 '굴 양승기' 전국 양식 어가 사로잡았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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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참코청하, 해수부 과제로 개발
굴 자동 분리로 박신 효율 극대화
양식용 줄 회수로 오염 예방 효과
지난해 통영 40여 곳에서 신청해
거제·고성·여수 지역 문의 잇따라

굴 채취선에서 한 작업자가 새로 개발된 굴 수하연 자동 양승기를 사용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굴 분리 후 깔끔하게 회수된 수하연(양식용 줄). 참코청하 제공 굴 채취선에서 한 작업자가 새로 개발된 굴 수하연 자동 양승기를 사용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굴 분리 후 깔끔하게 회수된 수하연(양식용 줄). 참코청하 제공

부산 기업이 새로 개발한 굴 전용 양승기(줄 따위를 감는 데 쓰는 기구)가 양식 어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굴 껍데기를 제거하는 박신작업의 노동 강도를 크게 낮추고, 환경오염도 예방해 어민들의 ‘러브콜’이 쇄도한다.

농수산물 가공기계 제조업체 (주)참코청하는 지난해 11월 전남대 황두진 교수와 공동으로 ‘굴 수하연 자동 양승기’를 개발했다. 해양수산부 연구과제로 2020년부터 기술 개발에 나섰으며, 현장 시운전과 보완 과정을 거쳐 3년 만에 사업화까지 성공했다.

현재 경남 통영시 동백수산 굴 채취선에서 시범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통영시를 비롯해 경남 거제시·고성군, 전남 여수시 등의 양식 어가에서 설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통영시에서만 지난해 40여 개 업체가 양승기 설치를 위해 지자체 보조예산을 신청했다.

굴 수하연 자동 양승기는 성패가 달린 수하연을 바다 위로 끌어올릴 때 덩어리로 뭉쳐진 굴을 각굴 형태로 자동 분리한다.

수하연은 양식 생물이 매달려 자랄 수 있도록 바다 아래에 늘어뜨린 줄이다. 굴이 무더기로 붙어 올라오다 보니, 기존에는 작업자가 30cm 간격으로 수하연을 잘라야 했다.

자른 뒤에도 박신장에서 일일이 개체 굴 형태로 분리해야 하고 해조류, 작은 멍게, 미더덕 등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해양 생물도 제거해야 한다. 실제 박신작업대에서 이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만 2~3명이다.

이와 함께 굴 수하연 자동 양승기는 수하연을 99% 이상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해양,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

길이 7~8m에 이르는 수하연은 PVC 계통으로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박신작업 후 굴 패각(껍데기)과 분리되지 않은 수하연이 같이 파쇄돼 무더기로 버려지는 일들이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양식장 인근 무단 투기로 악취 문제가 발생하며 환경단체의 반발이 잇따랐다.

이번에 개발한 양승기는 수하연을 굴이나 해양 생물들을 떼면서 끌어올리기 때문에 굴 패각과 섞일 일이 없다. 이는 굴 패각을 재활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분쇄된 굴 패각은 건조 후 비료 등으로 자원화하기도 하는데, 이때 굴 패각에 뒤섞인 수하연을 분리하는 데 적잖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굴 수확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참코청하 정석봉 대표는 “기존 덩어리 형태의 굴은 박신작업이 느릴 뿐 아니라 껍데기를 떼기 어려워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번 양승기를 통해 박신작업 효율이 10~20% 늘고, 양품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1995년 설립된 부산 강서구 참코청하는 2011년부터 별도 기업 부설연구소를 두고 매년 국책연구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출 10% 이상을 기술 개발에 투자하며 고주파 해동기, 오징어 자동 할복기 등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일본, 유럽, 미국 등에 기계를 수출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보스턴, 벨기에 브뤼셀,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의 씨푸드 박람회에서도 새 기술을 알렸다.

정 대표는 7년간 수산기자재협회장을 맡아 어업 활성화를 위한 법안 마련에 힘쓰기도 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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