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왜 붕어만” 진주 유명 산책로 저수지 붕어 폐사 ‘미스터리’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진주 금산면 금호지에서 붕어 폐사 잇따라
2~300마리 죽은 채 ‘둥둥’…수거 ‘안간힘’
원인 ‘오리무중’…기온차 인한 폐사에 무게
민물가마우지 원인 가능성…해결 방법 난항

진주지역 대표 산책지 가운데 한 곳인 금호지에서 붕어 폐사체가 잇따라 떠올랐다. 현재까지 정확한 폐사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진주지역 대표 산책지 가운데 한 곳인 금호지에서 붕어 폐사체가 잇따라 떠올랐다. 현재까지 정확한 폐사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의 한 저수지에서 대량의 붕어 폐사체가 물 위로 떠올랐다. 별다른 수질 오염 징후가 없는 데다 다른 어종 폐사체가 일절 발견되지 않아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한국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부터 진주시 금산면 금호지에 물고기 사체가 잇따라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 장소에서 떼죽음이 벌어진 게 아니라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폐사체가 펼쳐져 있다. 유일하게 붕어 한 어종만 죽었는데, 한 눈에 봐도 30cm 이상의 성어들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수거된 붕어 사체만 200마리 정도인데, 하루 이틀 지나면 또 다시 죽은 붕어가 떠오른다. 붕어 사체가 쓰레기와 함께 수초 등에 걸려 썩어가자 지나가던 산책객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사천시에 사는 박혜민 씨는 “산책하기 너무 좋은 곳이라서 가끔 오는데 물고기 사체는 처음 본다. 처음에는 한 두 마리 정도 죽어 있는 줄 알았는데, 산책로를 따라 계속해서 물고기 사체가 발견돼 놀랐다. 작은 물고기는 없고 전부 큰 물고기만 죽어 있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폐사체는 2~3마리씩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펼쳐져 있다. 김현우 기자 폐사체는 2~3마리씩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펼쳐져 있다. 김현우 기자

현재 붕어 폐사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금호지는 전체 면적이 20만 4937㎡에 달하는 대형 저수지로, 붕어 등 다양한 토종어종에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까지 혼합해 살고 있다.

저수지에 독성물질이 있으면 다른 개체들도 영향을 받아야 하지만 유독 붕어만 폐사했다. 저수지 규모가 크다 보니 웬만큼 많은 독성이 아니면 물고기가 폐사할 정도로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실제 한국농어촌공사가 수질 조사를 진행했는데,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낚시객들이 선호하는 어종이다 보니 낚시객 문제로 보기도 어렵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일단 극심한 수온 차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 기온 차가 커지면 표층수와 심층수의 온도가 벌어지게 되고, 이때 물이 뒤섞이면서 용존산소가 일시적으로 낮아진다. 이때 외부 환경에 민감한 떡붕어가 폐사한다는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해마다 이 시기에 붕어 폐사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올해는 좀 많이 폐사해 수거에 집중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금호지의 깊이가 다소 얕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기온 차로 인한 폐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주 금호지의 붕어 폐사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기온 차로 인한 수온·용존산소 변화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진주 금호지의 붕어 폐사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기온 차로 인한 수온·용존산소 변화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우 기자

하지만 그러기엔 유독 붕어만 죽어나간다는 점과 새끼 붕어 사체는 거의 보이질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민물 가마우지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원래 민물 가마우지는 연해주와 사할린, 일본 규슈 북부 지역을 오가며 서식하는 철새인데, 한반도 기후 변화와 풍부한 먹잇감 탓에 몇 년 전부터 국내에 텃새로 정착하고 있다.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떼를 지어 다니다가 물고기를 발견하면 최대 5m까지 잠수해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체 크기가 1m에 달하는 가마우지는 이른 새벽부터 호수와 저수지, 강 등지를 찾아다니며 붕어·꺽지·피리 등을 잡아먹는다. 금호지 역시 해마다 이맘때쯤 민물가마우지가 나타났는데, 올해는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났다.

덩치가 작은 물고기는 그대로 삼키는데, 큰 물고기는 사냥만 하고 삼키질 못해 사체가 저수지에 둥둥 떠다닌다는 게 산책객들의 이야기다.

한 산책객은 “일부 붕어 사체에서 새에게 공격 당한 흔적이 있다. 최근 민물가마우지가 유해조수로 포함됐는데 금호지 붕어들 역시 민물가마우지에게 공격 당한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진주 금호지에 모여 있는 민물가마우지떼. 붕어 폐사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유해조수로 포함되기도 했지만 당장 퇴치 방법은 없는 상태다. 김현우 기자 진주 금호지에 모여 있는 민물가마우지떼. 붕어 폐사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유해조수로 포함되기도 했지만 당장 퇴치 방법은 없는 상태다. 김현우 기자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민물가마우지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지만 당장은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저수지의 경우 내수면 어업이 따로 없는 데다 수질 관리를 제외하면 투입 예산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수질 지표는 정상적인데 계속 붕어가 죽어나가니 답답한 게 사실이다. 민물가마우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은 하고 있는데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