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산복도로에서 만나는 ‘오래된 도시전’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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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천동 대형 카페 ‘아브니르’
부산 중견 여근섭 작가 전시
지역상생하는 문화공간 기대

대체 어쩌려고 이 ‘산만디’에 대형 카페를 열 생각을 생각을 했을까. 부산 동구 수정동에서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따라 좌천동 산만디에 새로 문을 열었다는 ‘아브니르’에 가는 길이었다. 걸어서 15분쯤 올라가자 산복도로 비탈길 위에 아브니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계절은 아직 겨울인데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연면적 500평 규모의 4층 건물이 수정동·증산체육공원·금성고 방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서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어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 이달 초 문을 연 뒤 계속 이런 상태라니 의외다.


‘부둣가 이야기’. 여근섭 제공 ‘부둣가 이야기’. 여근섭 제공

‘바다.’ 여근섭 제공 ‘바다.’ 여근섭 제공

대체 어쩌려고 이 ‘산만디’에 대형 카페를 열 생각을 생각을 했을까. 부산 동구 수정동에서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따라 좌천동 산만디에 새로 문을 열었다는 ‘아브니르’에 가는 길이었다. 걸어서 15분쯤 올라가자 산복도로 비탈길 위에 아브니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계절은 아직 겨울인데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연면적 500평 규모의 4층 건물이 수정동·증산체육공원·금성고 방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서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어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 이달 초 문을 연 뒤 계속 이런 상태라니 의외다.

50대 주차 가능한 현재 주차장으로 감당이 안 돼 50대 규모의 주차장을 추가로 진행 중이라니 말 다했다. ‘아브니르’는 예측할 수 없는 장래, 운명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세상만사 알 수 없는 법이다. 옥상 루프탑에 서니 사람들이 힘들게 여기까지 찾아오는 이유가 짐작이 갔다. 360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전망이 기가 막히다. 산복도로를 따라 빼곡하게 들어선 집들은 레고블록처럼 입체적이다. 바다 건너 영도는 손에 잡힐 것 같다.


‘부둣가 이야기’가 아브니르에 전시되어 있다. ‘부둣가 이야기’가 아브니르에 전시되어 있다.

지금 아브니르에서는 여근섭 작가의 ‘오래된 도시전’이 열리고 있다. 여 작가는 바다, 그중에서도 부둣가를 많이 그리는 부산의 중견이다.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카페 실내와 복도 곳곳에는 그의 작품 수십 점이 걸려 있다. 그는 작품노트에서 부둣가 풍경을 그리지만 사실은 그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걸 스케치하기 위해 지금도 일요일만 되면 부둣가를 어슬렁거리고,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말을 건넨다. 부둣가의 낡은 여인숙에서 한 달간 머물며 선원들과 어울려 밤새 술을 먹기도 했다.


‘오래된 도시전’ 포스터 사진. 여근섭 제공 ‘오래된 도시전’ 포스터 사진. 여근섭 제공

작품의 색조는 노란색과 붉은색 위주다. 여 작가는 “녹슨 배의 철판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만큼이나 세월의 역사를 보여준다. 내 그림에는 녹슨 세월의 색이 주로 사용된다”라고 말한다. 그를 따라 중앙동의 작업실에 간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자갈치시장 ‘아지매’에게 새 도마를 갖다주고 바꿔 온 낡은 도마를 자랑하듯이 보여 줬다. 새 작품을 거기다가 그릴 작정이었다. 오래된 도마는 주인이 살아온 삶의 깊이를 칼질로 파인 몸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거기에 새겨질 그림이 궁금해진다.

하마터면 건물을 다 지어 놓고 카페 문을 열지 못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뒤에 전해 들었다. 아브니르 바로 앞에는 연등사가 있다. 전통 사찰 반경 500m 내의 건축 행위는 사찰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이때 나서서 도움을 준 사람이 뜻밖에도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이었다. 김 소장이 “원도심에 이런 대형 카페가 없다. 기왕에 들어섰으니 이곳을 작가들 전시가 계속 열리는 원도심의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지역하고 서로 윈윈하면 좋겠다”라며 조정에 나선 결과였다. 이번 전시는 4월까지 계속된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부산 동구 좌천동 산복도로에 들어선 대형 카페 아브니르. 여근섭 제공 부산 동구 좌천동 산복도로에 들어선 대형 카페 아브니르. 여근섭 제공

아브니르에서 본 야경. 여근섭 제공 아브니르에서 본 야경. 여근섭 제공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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