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슈로 다시 불거진 노인 도시철도 무임승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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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통공사 요금 면제 손실
지난해 1406억… 전체 42.2%
"노년층 증가로 적자 계속 늘어
"승차와 비용 상승은 상관 없어"

총선을 앞두고 노인 도시철도 무임승차 존폐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서울의 한 도시철도 역에서 노인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앞두고 노인 도시철도 무임승차 존폐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서울의 한 도시철도 역에서 노인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노인 도시철도 요금 면제 문제가 선거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찬반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연간 12만 원가량의 교통카드 지급으로 지하철 이용이 편리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목적 등으로 이슈를 제기했다.

하지만 노인들의 바깥 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펴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반박도 만만찮다. 실제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는 한국식 노인 복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 얼마나?

14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철도 무임승차 인원은 1억 19만 3000명으로, 전체 승차 인원의 33%나 됐다.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은 1406억 원이며 이는 부산교통공사 지난해 손실액의 약 42.2%에 달했다.

무임승차 인원은 코로나19 유행 전이던 2019년 1억 223만 6000명이던 것이 코로나 유행 시기를 거치며 2020년과 2021년, 2022년에 각각 7000만, 8000만, 9000만 명대로 떨어졌다 지난해에 다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 역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396억 원 수준을 넘어섰다. 무임승차 대상에는 65세 이상 노인 외에도 장애인, 유공자 등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기준 무임승차 인원에서 노인 비중은 86.4%였다.

부산시는 교통비 지원을 교통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정임수 부산시 교통국장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정책이 결정된다면 그에 따라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부산시 노인 도시철도 무료 정책은 교통 복지 차원이며 사회적 약자 배려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진 부산교통공사 사장도 “부산시의 경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지속적으로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고 보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라면서 “무임승차는 전국 공통 사안으로, 국가가 교통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기능 따져야” “미래세대 부담” 찬반 팽팽

이 대표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공약에는 연간 12만 원의 교통카드를 소진한 뒤에는 청소년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은 지난달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하철 적자 요인과 노인의 무임승차와는 상관 관계가 없다”면서 “대한교통학회 연구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승객 승차 여부와 상관없이 열차는 운행되기 때문에 무임승차가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비용이 상승하는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실버 택배’ 등을 이용한 노인 일자리 마련에도 보탬이 되는 만큼 노인 무임승차의 순기능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무임승차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가 노인 교통사고 감소, 의료비와 장기 요양비 절감, 기초생활 급여 절감, 자살 감소 등의 효과가 있다는 교통연구원의 비용편익 분석도 있었다.

일반 시민 의견은 연령대와 관계 없이 첨예하게 나뉜다. 60대 김 모 씨는 “무임승차 혜택을 보고 있는 입장이지만, 미래 세대 부담을 고려했을 때 노인들은 반값 정도만 내는 것이 적당하고 생각한다”며 제도 폐지를 옹호했다.

반면 40대 심 모 씨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노인 세대 등을 세금만 축 내는 집단으로 보이게 하는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매우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20대 안 모 씨는 “평균 기대 수명이 늘어난 만큼, 기준 연령을 70세 정도로 높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 노인 무임승차제도가 처음 실시된 건 40여 년 전이다. 1980년 만 70세 이상 노인에게 도시철도 요금을 50% 할인해주기 시작해 1984년부터는 만 65세 이상 노인의 도시철도 요금 100%를 면제했다. 당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4.1%가량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8.4%에 이르고, 부산시의 노인 인구 비율은 22.2% 수준으로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높다.

노인 도시철도 요금 상시 100% 면제는 한국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럽에서는 50% 할인을 채택한 나라가 많고 소득별로 할인율을 달리하는 나라도 있다. 영국 런던에서는 주중 오전 9시 이후와 주말·공휴일에만 버스, 트램, 지하철 요금이 100% 면제된다. 일본에서는 70세 이상 노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연간 무제한권을 약 20만 원(저소득자는 약 1만 원)에 판매한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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