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은 성스러운 땅… 영국문화마을 등 새 교류 물꼬 기대”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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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

최근 부산 방문해 박형준 시장과 회담
외교부 첫 근무 한국서 시작 ‘한국통’
“영국, 한국 디지털 사업에 관심 많아”

“부산은 영국에겐 성스러운 땅이지요.”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영국 외무부 안에서도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1992년 영국 외무부에 입부한 이후 첫 해외 부임지가 한국이었다. 그는 1995년 주한 영국대사관 2등 서기관으로 해외 근무를 시작했다.

크룩스 대사는 “당시 서울 대사관에서 경제 파트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IMF가 터져 난리가 났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뒤 임기가 끝난 후에도 한국이 좋아 임기를 연장했고, 결국 엘리자베스 2세의 서울 방한을 기획하는 영광을 안았다.

코로나 직후까지 북한 주재 영국대사를 맡은 것도 크룩스 대사다. 2018년 북한으로 부임해 1년 반 만에 국경이 봉쇄되면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북한을 떠났다. 북한의 영국 대사관은 현재까지도 업무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크룩스 대사는 “여전히 나는 북한 땅을 밟은 마지막 영국인”이라며 웃었다.

크룩스 대사는 지난 16일 부산을 찾아 박형준 시장과 회담을 갖고 유엔기념공원에 들러 헌화했다. 그는 “영국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사를 파병한 우방국”이라며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서도 한국군과 함께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해 낸 것도 영국군 보병 27여단”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으로 서울에 있던 영국 대사관이 3년간 부산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영국 대사의 입장에서는 부산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크룩스 대사의 눈은 과거로만 향해 있지 않다. 영국과 부산의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관계 형성이 그에겐 더 큰 관심사다.

최근 영국은 한국과 혁신자매도시 프로그램을 체결했다. 성격이 비슷한 두 나라의 도시에 가교를 놓는 중이다. 울산은 버밍햄과, 세종은 벨파스트와 혁신자매도시 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은 개방적이고 억센 풍토의 리버풀과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크룩스 대사는 “둘 다 항구를 갖고 있고 강한 성격의 시민이 살지만 의외로 문화적인 도시”라면서 “리버풀에서는 비틀스가 탄생했고, 부산은 국제영화제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부산과 영국의 인연은 앞으로도 더 깊어질 전망이다. 오는 2027년 명지국제신도시에 문을 여는 로얄러셀스쿨은 영국식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한 부산의 첫 국제학교다.

마찬가지로 2단계 부지에 구상 중인 영국문화마을 역시 양국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랑스문화마을 격인 서래마을이 서울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부산에서도 한국인과 외국인이 한데 모여 사는 외국문화마을의 필요성이 커진다. 명실상부 국제도시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지역이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문화마을은 나도 큰 관심이 있어 박 시장님께 추진을 부탁드릴 것이고 대사관 차원에서도 기꺼이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운대구와 사하구 일대 해상풍력 역시도 영국과의 교류 물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해상풍력 분야에서 가장 첨단화된 기술을 갖춘 나라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계 해상풍력 전문회사인 코리오제너레이션의 한국지사가 열정을 보이고 있고 부산에 10억 달러 수준의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크룩스 대사는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해 체결한 다우닝가 합의가 부산에 큰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그는 올해 재협상에 들어가는 한국과 영국간의 FTA가 양국 간의 더 큰 기회를 제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항구도시인 부산이 영국과의 수출입이 늘어나면 무엇보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영국은 한국의 디지털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 분명 그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낼 것”이라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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