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성장통 겪으며 한 뼘 더 자란 제자들에게
차유라 화명초등 교사 / 부산교사노조 정책팀장
한 해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한 제자들에게 저의 진심이 닿기를 바라며 이 글을 전합니다.
2월 졸업식 후 텅 빈 교실을 보니, 작년 한 해를 함께했던 여러분의 얼굴들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3월 2일 처음 만난 여러분들에게 약간의 거짓을 섞어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사랑하게 되니 헤어지는 게 아쉬워집니다.
지난 일 년간 우리는 비밀 이야기도 나누며, 엉뚱한 과학실험도 하며 참 즐거웠습니다. 우리 반 시장놀이에서 산 여러분의 손때 묻은 십자수 쿠션은 저의 방 한편에 있습니다. 오래달리기 대회에서 우리 반 꼬맹이 열 명에게 진 날 선생님 발바닥에 남은 물집도 이제 아물었습니다. 팔씨름 대회에서 우리 반 1등이었던 선생님이 이제 10등이 되었다니, 힘이 세진 여러분이 참 기특합니다. 여러분의 순수함이 좋았기에 저는 웃음이 많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저의 엄격함과 단호함에 야속한 순간도 많았을 것입니다. 서운한 마음도 들었겠지요. 수행하기 힘들고 벅찬 과제들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선생님이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었습니다. 스승과 제자로 만난 우리이기에 선생님은 교사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 정리 정돈을 하는 것, 친구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 화나는 마음을 참는 것 등 학교에는 참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원하는 것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여러분이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살아본 선생님의 경험으로 미뤄 볼 때 어려운 일을 겪을 때는 참 힘들고 눈물 나지만 극복하고 나면 큰 성장이 옵니다. 어른들은 이것을 성장통이라 부릅니다. 여러분이 성장통을 겪으며 많이 성장한 것을 선생님은 알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발표할 수 있게 된 것, 양보하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욕심보다는 정의를 우선하며 선택하는 것 등 어른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척척 해내는 여러분은 참 빛나는 사람입니다. 이 모습을 보며 선생님도 함께 고민하고, 감동받고, 성장통을 겪으며 조금은 더 자랐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에게 다 주지 못한 아쉬움이 참 크기에, 여러분이 살게 될 세상을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고자 오늘도 공부하고, 고민합니다. 더욱 훌륭한 선생님이자 어른이 되고 싶도록 만들어 주어서 참 고맙습니다. 친구를 놀려서 꾸중을 들어도 함께 마시던 요구르트 한 잔에 마음을 풀어주어서,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푼 후 받는 사탕 하나에 뛸 듯이 기뻐해줘서, ‘선생님은 다 알고 있어’라는 말을 믿어줘서,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수업 시간에 집중해줘서, 세상이 뭐라 해도 나는 내가 선생님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습니다. 참 고마운 여러분에게 참된 교육으로 세상을 밝혀 보답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제자들아, 나의 눈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만큼 너희들도 스스로의 구석구석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소중히 여겨주기를,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기를, 행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