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은 국가 아니다” 이스라엘 고집에 휴전 ‘안갯속’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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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과의 협상 거부”
이스라엘 정부 결의안 통과
가자 남부 라파에 연일 폭격
협상 주도한 미국에도 반기

지난 14일 많은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구호식량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4일 많은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구호식량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 협상이 다시 벼랑 끝으로 몰렸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은 140만 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 국경도시 라파를 연일 폭격 중이다. 카타르에 망명 중인 하마스 지도부도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없이는 인질을 석방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되뇌고 있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 정부는 18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열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일방적 조치를 거부한다’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승인해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자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의 성사를 위해 외교력을 집중해 왔는데, 공식적으로 이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작년 10월 7일 학살 이후에 그런 인정을 하는 건 테러 행위에 전례가 없는 엄청난 보상을 주는 것이자 앞으로의 모든 평화 합의를 가로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6주간의 일시 휴전과 영구 휴전 논의 개시 등을 골자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 중이던 협상도 이스라엘 협상단이 본국으로 철수하면서 자칫 결렬될 위기에 놓였다. 가자지구 내 하마스 현지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종적이 묘연해진 것도 협상을 어렵게 했다는 후문이다. 신와르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납치해 이번 전쟁을 촉발한 인물이다. 그는 열흘 넘게 외부와의 의사소통을 완전히 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자지구 주요 도시들인 가자시티와 칸유니스, 라파에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잇따라 17일 밤사이에만 최소 18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가자시티에선 폭격에 건물이 무너지면서 일가족 7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라파에선 어린이 세 명과 여성 한 명을 포함 6명이 숨졌고, 칸유니스에서도 최소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삼은 탓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는 건 전쟁에서 지라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인질 협상과 무관하게 라파에 지상군을 진입시킬 것임을 이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 주요 당국자들이 인질 석방을 위한 하마스와의 협상이 성공하려면 최대한의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행보 역시 압박 전술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이스라엘에 부정적이던 국제여론이 더욱 악화할 수 있고 협상의 완전한 결렬로 이어질 위험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 현지에선 전쟁이 끝나는 대로 하야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온 네타냐후 총리가 의도적으로 휴전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밤 텔아비브 시내에선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수천 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듭된 민간인 보호 요청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 공격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에도 금이 갔다.

그러나 미국은 알제리의 제안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상정된 가자지구에서의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등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는 바꾸지 않은 상황이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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