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회사에 비만 치료제까지… 이색 ETF, 증시 달군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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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본코리아 등 IPO 테마 첫선
삼성 '비만치료제TOP2' 상장
지난달에만 12개 신규 상장
증권가 "간접 투자 관심 지속"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의 소와곰상. 연합뉴스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의 소와곰상. 연합뉴스

다양한 테마를 가진 상장지수펀드(ETF)가 연초 증시를 달구고 있다. 포스트 기업공개(IPO) 종목에 집중한 ETF부터 비만 치료제 ETF까지 ‘최초’ 수식어를 단 ETF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차별화된 ETF 개발과 출시 흐름이 올해를 기점으로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달 중 현대자산운용은 ‘UNICORN 포스트 IPO 액티브’ ETF를 출시한다.

액티브 ETF는 IPO로 신규 상장한 기업의 주가를 추종한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상장 직후 ‘따따블(공모가 대비 300% 상승)’ 등 과열된 후 급락하는 모습 속에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별 투자해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중 상장 절차 추진이 확실시되는 마켓컬리나 요리연구가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와 같은 IPO 기업이 액티브 ETF의 투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IPO 종목이 대부분 신성장 기업에 집중된 만큼 최근 시장·산업 트렌드를 ETF가 반영하겠다는 취지로도 풀이된다. IPO 종목을 테마로 한 ETF가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4일 출시된 비만 치료제 관련 종목을 담은 ETF도 ‘데뷔’ 직후부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만약으로 유명세를 얻은 위고비 개발사 노보노디스크 등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상장지수펀드(ETF)’ 포트폴리오에 담겼다. 이 ETF는 비만치료제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를 25%씩 담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유럽의약품청(EMA)에서 비만 치료제로 임상 중인 글로벌 제약사 8개를 선별해 투자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12개의 ETF가 신규 상장됐는데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인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 2배 이상 상장 건 수가 늘었고 연초는 ‘ETF 비수기’로 꼽히기 때문이다.

ETF를 출시하려면 한국거래소에 상장 심사를 신청하고 금융감독원에 증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은 보통 3~6개월이 소요된다. 1~2월의 경우 자산운용사는 시장 흐름 파악 등의 이유로 ETF 상장을 미뤄왔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최근 증시의 트렌드 변화로 인식한다. 개인을 포함해 직접 투자 대신 간접 투자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신규 테마를 담은 ETF의 연이은 출시와 맞물려 지난해 말 121조 원 수준이었던 ETF 자금은 19일 기준으로 9조 원이 늘어 13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신규 상장 ETF가 160개로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었는데 올해도 이 수준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국내 ETF 전체 시장 규모가 2030년 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역의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찾는 상품은 대표 지수, 반도체, 미국 대형주 추종 ETF 상품이 아직도 대부분이긴 하지만 신종 ETF가 많아지면서 투자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증시 지수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투자운용사는 시장의 눈길을 끄는 신산업 종목이 담긴 ETF 출시를 이어갈 것이고 투자자들도 증시 불안성 등을 이유로 ETF를 통한 간접 투자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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