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소고기쌀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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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밥에 고깃국’을 우리 옛 어른들은 갈망했다. 이밥은, 이팝이라고도 하고 그 유래도 다양하지만, 여하튼 쌀밥이다. 생뚱맞게 들리겠지만, 50~60년 전만 해도 쌀밥은 부의 상징이라 할 만했다. 쌀이 귀해 아무나 못 먹으니 그랬다. 보통의 가정에서 하얀 쌀밥은 제삿날 혹은 명절에나 겨우 맛볼 수 있었다. 그런 쌀밥에 고깃국이라니! 더 부러울 게 달리 있을 수가 없다. ‘이밥에 고깃국’은 지극히 만족스러운 삶의 대명사였던 것이다. 그 의미가 지금 사람들이라고 달라졌을까.

쌀이 남아 돌고 소비량도 3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니 쌀밥에 대한 염원은 사라진 듯하다. 그러나 고기는 사정이 다르다. ‘이밥에 고깃국’에서 고기는 십중팔구 소고기다. 유통업계에서 통하는 말이 있다. ‘진짜 부자는 백화점에서 소고기 사 먹는다’는 말이다. 소위 명품 가방은 소득이 많지 않더라도 한 번쯤 큰맘 먹으면 구매할 수 있지만, ‘투뿔’ 급의 상등 소고기를 지속적으로 사 먹는 건 진짜 부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기실 요즘 시중의 괜찮다는 고깃집의 차림표를 보면, 한우 생갈비나 꽃등심의 1인분 가격이 못 해도 4만~5만 원이다. 가게 형편과 고기의 품질에 따라선 1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런 형편에 최근 묘한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한 연구진이 소고기쌀을 개발했다는 게다. 살짝 붉은빛이 도는 쌀이라는데, 소고기 맛만 흉내 낸 게 아니라 진짜 소고기 성분이 들어 있는 쌀이라고 한다. 쌀 표면에 소의 단백질 조직과 지방세포를 붙여 10여 일 길렀다고 하니 일종의 배양육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소고기쌀에는 일반 쌀보다 단백질은 8%, 지방은 7% 더 많으며, 배양 과정에서 단백질 함량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쌀로 밥을 지으면 소고기덮밥에 비견될 것이요, 물을 넣어 끓이면 그대로 ‘이밥에 고깃국’이 되는 셈이다.

‘이밥에 고깃국’에 대한 갈망이 이로써 해소될 리는 만무하겠지만, 여하튼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하다. 영국 BBC 등이 “소고기쌀은 탄소배출이 적고 단가도 낮아 미래 식량이 될 수 있다”며 관심을 갖는 걸 보면, 외국에서도 이번 소고기쌀 개발에 대한 기대가 큰 모양이다. 고기도 싸게 얻고 쌀 소비도 늘리고 환경에도 좋으니 그야말로 일거다득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 단계의 소고기쌀에는 식감 등에서 미비한 점이 있다고 한다. 부디 연구가 잘 마무리돼 하루라도 빨리 소고기쌀의 상용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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