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접은 소상공인 급증…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눈덩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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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 건수 작년 첫 10만 건 돌파
금액도 1조 넘어 사상 최대 기록
부산·경남 건수·액수 전국 상위

고금리·고물가 경영 부담 주원인
생활 보장 사회안전망 확충 시급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폐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한 가게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폐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한 가게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영 부담으로 소상공인들이 무너지고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10만 건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과 경남의 지급 건수와 액수가 전국 상위를 차지하는 등 지역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잇따른 것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는 총 11만 15건으로 전년 대비 2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가 10만 건을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도 2020년 7300억 원, 2021년 9000억 원, 2022년 9700억 원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지급 건수와 지급액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한 셈이다.

지급 건수는 경기도가 2만 799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2만 2294건), 인천(6796건), 경남(6573건), 부산(6134건) 등의 순이었다. 지급액도 경기도(3311억 원)가 가장 많은 가운데 서울(2827억 원), 인천(742억 원), 경남(679억 원), 부산(673억 원) 등이 뒤따랐다. 울산의 경우 지난해 지급 건수와 금액은 각각 2646건, 350억 원으로 세종시와 제주도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부산은 2022년 508억 원(4880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경남 역시 매년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업주의 목돈 마련을 위한 공제 제도로, 소기업·소상공인은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일종의 소상공인 퇴직금으로, 은행 대출 연체나 국세 체납 시 압류 대상에서 제외돼 소상공인들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받는다. 이에 가입자도 증가 추세다. 2022년 말 166만 7000명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171만 7000명으로 1년 새 5만 명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급 규모가 증가한 것은 가입자 증가 영향도 있지만 한계 상황으로 내몰려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및 임대료 상승, 고금리 등으로 인해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고물가로 인한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 상당수가 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경숙 의원은 “정부는 재정을 확충해 지출을 늘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확대하는 등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선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 등의 정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소상공인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 확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빈곤에 내몰린 영세 소상공인들을 구제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은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들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산업 구조상 어려움으로 인해 더 큰 위기를 맞는다”며 “이들도 사회의 주요 생산 일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활성화 등 좀 더 공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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