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총선 후보 공천보다 선거구 획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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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무시하는 국회 오만 언제까지
선거구 제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19일 국회에서 2월 임시국회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에서 2월 임시국회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총선 50일을 앞두고 여야가 연일 공천자 선정·발표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선거구는 확정되지 않은 채 깜깜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총선 전 마지막 임시총회가 오늘 시작되면서 29일께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게 여야의 목표다. 하지만 일부 쟁점 지역구를 놓고 서로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언제 타결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이러다 선거일 39일 전에야 선거구 획정이 이뤄진 지난 21대 총선에 버금가는 지연 사태가 기록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총선 출마자들이 자신의 선거구 확정 여부도 모른 채 선거 준비에 나서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선거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확정하도록 법으로 제도화한 것은 바로 정치권이다. 자신이 만든 법조차 지키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안다면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길어지는 건 지역구 조정에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데드라인’으로 내놓은 시한이 21일인데 이때까지 협상안이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 더 큰 문제는 여야 지도부가 목표로 하는 ‘29일 본회의 처리’마저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총선 41일 전인 29일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23일 혹은 26일엔 정개특위에서 획정안을 의결해야 한다. 이를 넘기면 선거일 39일 전에 획정이 이뤄진 21대 총선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주지하다시피, 선거구 획정 지연은 총선 후보를 혼란에 빠뜨리고 유권자에게는 후보 검증의 충분한 시간을 빼앗는 아주 나쁜 행태다. 당연히 정치 신인은 불리하고 이름이 알려진 현역 의원은 유리하다. 결국 선거구 획정이 기존 정치권의 기득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막판에는 선거구를 주고받는 거래까지 나왔던 전례가 그 증거다. 총선이 코앞인데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후보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는 부산 지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부산 남구 갑·을은 통합하고 북구는 강서구에서 떼어내 갑·을로 분할하는 획정위의 안은 아직도 오리무중인 형편이다.

국회는 번번이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을 어기고 직무를 유기해 왔으나 어떤 법적 책임도 진 적이 없다. 이런 행태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근본적으로 관련 제도를 고치는 수밖에 없다. ‘코미디’ 같은 현상이 더 이상 안 나오려면 선거구 확정 시한을 현실화하는 등의 법률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국회 외부에 있는 독립적인 제3의 기구에 관련 권한을 넘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조속한 선거구 획정을 통해 유권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 하지만 이에 그칠 일이 아니다. 선거 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한 대안 모색은 이번 국회가 반드시 해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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