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탓에 수술 시기 놓치면 어떡하나…” 애먼 환자들만 발 동동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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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병원 환자 피해 사례 속출
부산대병원도 의료 공백 대비
진료·입원·수술 연쇄 연기 우려

19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외래 환자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19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외래 환자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전공의 집단 사직 등으로 의료 파업 현실화가 임박하자 각 병원에서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파업으로 인해 불이익을 볼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19일 현재 부산에서는 아직 수술이나 입원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수도권 등 전국적으로는 입원·수술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 파업 강행 시 수일 내 부산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부산 각 대학병원 등에 따르면 부산 지역 병원 입원 환자도 혹시나 의료 파업 불이익을 입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아직 부산에서는 수술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부산대병원·동아대병원·고신대병원 등 부산 각 대학병원 전공의들도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A(66) 씨는 "아직 항암치료 일정이 밀렸다는 소식을 듣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도 영향을 줄까 하루하루를 마음을 졸이고 있다"며 "혹시나 응급 상황이 닥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파업 때문에 시기를 놓칠까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부산 의료 현장에서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환자들이 입는 피해와 고통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대병원 한 의료진은 “응급의학과의 경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3주간 교수와 전임의들이 야간 당직 근무를 전담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료 공백 상황이 장기화되면 결국 진료, 입원, 수술이 연쇄적으로 밀려 환자들의 고통과 치료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는 이미 환자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등 다수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이날 전원 사직서를 내는 등 의료 대란이 임박하면서 입원·수술 연기나 취소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당장 필수 의료의 핵심을 맡는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암 수술, 출산 등 긴급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 환자 상태를 점검하는 등 의료계 현장의 손발 역할을 맡고 있다.

오는 21일 빅5 병원에서 수술 예정이었다는 한 암 환자는 환우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원 안내하는 문자가 오지 않아 전화해 보니 월요일(19일)은 돼야 확실히 알 수 있다며 일단 대기하라고 하더라”며 “입원해도 수술이 취소될 수 있다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쌍둥이를 출산할 예정이었으나, 수술을 하루 앞두고 연기를 통보받았다는 환자의 사연도 전해졌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공지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부재로 수술을 절반 이상 감축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성모병원도 역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전면 파업으로 인해 응급·중증도에 따라 수술과 입원 스케줄이 조정될 수 있다고 환자들에게 안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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