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격전지 표밭 4년 만에 지각변동 뚜렷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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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 인구 변화 살펴 보니
부산진 젊어져 진보 표심 강화
고령층 늘어난 동래 더 보수화
신도시 효과 기장 젊은 층 늘어
사하는 갑보다 을이 더 고령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20일 기준으로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하루 전날인 19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선관위에서 직원이 선거 현황판 날짜를 바꾸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20일 기준으로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하루 전날인 19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선관위에서 직원이 선거 현황판 날짜를 바꾸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4·10 총선에서 여야의 ‘물갈이’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부산의 선거 지형도 4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가 급진전됐고 일부 지역에선 ‘입주 폭탄’ 등의 영향으로 인구 구조가 크게 변했다. 연령별로 투표 성향의 차이가 분명한 ‘세대 투표’ 현상을 감안하면 부산의 주요 격전지에서도 표심 변화 가능성이 높다.

■젊은 인구 늘어난 부산진구

부산에서 인구 구조 변화와 관련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부산진구다. 전반적인 부산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부산진구의 인구는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진구의 인구는 2019년 12월 대비 2023년 12월에 0.5%(35만 7880명→35만 9508명) 늘었다. 이 기간 부산시 전체 인구가 3.5%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부산진구의 인구 증가는 대규모 아파트 입주 영향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부산진구에서 2019년 12월 이후 2023년 12월까지 1만 8798세대 입주가 이뤄졌다. 부산진구보다 인구가 더 많은 해운대구의 같은 기간 입주 물량이 3405세대였던 사실을 감안하면 ‘입주 폭탄’이 터진 셈이다.

대규모 입주는 젊은 인구의 유입으로 이어졌다. 부산진구의 30~44세 인구는 4년 만에 3852명 늘었다. 특히 30대 초반(30~34세) 인구는 4896명 늘었다. 부산진구의 ‘인구 변화’는 갑·을 선거구에서 일부 차이가 났다. 30~34세 인구는 부산진갑에서 2064명, 부산진을에서 2832명 늘었다. 부산진을에 젊은 표심이 좀 더 쏠린 셈이다.

■고령층 증가 동래, 보수 표심 강화

동래구는 부산진구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가 이어지면서 인구 감소가 최소화됐다. 그러나 젊은층 인구는 줄고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 보수 표심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9년 12월 이후 4년 동안 동래구 인구는 432명 줄어드는 데 그쳐 사실상 인구가 유지됐다. 그러나 동래구의 30~44세 인구는 4년 만에 82명 감소했다. 부산진구에서 같은 기간 이 연령대 인구가 3852명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20~50대를 모아 보면 4년간 9000명이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은 1만 407명 늘었다.

행정동별 인구 변화도 보수 성향 강화를 예고했다. 동래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이 늘어난 온천 2동(8730명 증가)은 지난 총선에서 보수 성향 강세(김희곤 후보 다득표)가 분명했던 지역이다. 반면 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든 사직 2동(4030명 감소)은 동래구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박성현 후보가 다득표에 성공했던 지역이다.

■사하갑보다 사하을 고령화 가속

갑·을 지역구 경계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는 사하구는 지난 4년간 2만 3173명의 인구가 줄었다. 4년간 이 지역 아파트 입주도 4138세대로 비교적 적었다. 인구 유출과 함께 고령화도 심화됐다. 20~50세 인구가 2만 6824명 줄어드는 동안 60세 이상 인구는 1만 3580명 늘었다. 인구 고령화는 사하갑보다 사하을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사하갑은 4년간 20~50세 인구 8409명이 줄었는데 사하을에선 1만 8415명이 줄었다. 60세 이상 인구는 사하갑에서 5262명 늘었고 사하을에서 8318명 늘었다.

행정동별 인구 변화를 살펴보면 사하갑의 경우 진보 표심이 강한(최인호 후보 다득표) 하단1·2동에서 인구가 5% 미만으로 감소했다. 반면 사하을의 경우 보수 표심이 강한(조경태 후보 다득표) 다대1·2동 인구가 7309명 줄었다. 다만 사하을에서는 다대 지역에서 젊은 층 인구가 더 많이 줄어 보수 표심에 큰 영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장 일광 진보 표심으로 변할까

기장군은 2019년 12월 이후 4년 만에 인구가 1만 4013명(8.5%) 늘었다. 부산시 구·군 가운데 인구 증가 규모로 1위다. 지난 총선에서 1·2위 후보의 표차가 4480표였던 사실을 감안하면 부산에서 ‘인구 변화 효과’가 가장 큰 선거구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기장군의 경우 40~50대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특징을 보였다. 2019년 12월 이후 4년간 기장군의 40~59세 인구는 7809명 늘었다.

기장군에서는 연령별 변화보다 ‘일광신도시’ 효과가 더 크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장군의 행정동별 인구 변화를 살펴보면 일광면에서 4년 동안 인구가 2만 1008명이나 늘었다.

정관읍은 지난 총선에서 진보 표심 강세(최택용 후보 다득표) 지역이었다. 반면 일광면은 보수 표심 강세(정동만 후보 다득표) 지역이었다. 정관읍 인구 감소와 일광면 인구 증가는 보수 표심 강화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일광신도시 효과로 일광면 젊은 인구(20~40대)가 4년 만에 1만 2명이나 늘어났다. 일광면이 진보 표심으로 변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고령화 엇갈리는 북강서갑·을

부산 북구와 강서구는 지난 4년간 인구 변동이 극단적으로 엇갈린 지역이다. 북구 인구가 1만 7536명 줄어드는 동안 강서구 인구는 1만 2830명 늘었다. 이 지역은 국회의원 선거에선 북강서갑·을로 구분돼 현행 선거구가 유지될 경우 인구 변동이 각 선거구에 엇갈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북강서갑의 경우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보수 표심 강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강서갑 지역은 2019년 12월 이후 4년간 인구가 8132명 줄었다. 특히 20~50대 인구는 1만 3676명이나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인구는 9107명 늘었다.

북강서을에선 강서구의 인구 증가 효과를 북구 화명·금곡동의 고령화가 상쇄시켰다. 강서구 인구 증가에도 북구의 화명·금곡동 인구가 4년간 9404명 줄어들어 북강서을의 전체 인구 변화는 1.3% 증가에 그쳤다. 연령별 인구 변화에서도 북강서을 20~50대 인구는 6736명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 인구는 1만 2635명이나 늘었다. 인구 유입이 고령화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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